그간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를 북한 측에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힌 적은 있었지만 5곳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외교가 안팎에서는 5곳이 어디인지를 두고 각종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 트럼프 지목한 5곳 어디? 영변·강선·박천·평산·희천 등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27일 열린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당시 베트남을 떠날 때 김 위원장에게 ‘합의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그는 핵시설 중 1~2곳을 없애길 원했지만 5곳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나머지 3곳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며 ‘합의를 하려면 제대로 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곳이 북한 내 어떤 시설을 가리키는지, 아울러 영변급 핵시설인지 등을 두고서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아울러 우라늄 농축공장과 원심분리기는 확실한 특징이 없다. 이 때문에 은닉이 쉽고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워 북한의 5개 핵시설에 대한 정확한 접근이 쉽지 않다.
대북 전문가들은 평안북도 영변 외에 평양남도 천리마구역 동쪽 끝에 위치한 강선에 주목했다. 또한 영변 핵시설이 위치한 분강 지역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분강과 강선 지역에는 고농축 우라늄을 분리하는 원심분리기 단지들이 있다”며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분강과 강선 지역은 확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평안북도 태천, 자강도 희천도 거론되는 주요 핵시설 지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연하기계공장과 하갑공장 등에 농축우라늄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희천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라늄을 채굴하는 평안북도 박천, 황해북도 평산 등도 핵시설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비밀시설까지 감안할 경우 북한의 핵시설은 5곳 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北, 핵개발 시설 최소 5곳”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20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핵무기 개발의 기본 운용도식만 적용해도 북한의 핵개발 시설은 최소 5곳”이라고 밝혔다.
하이노젠 전 사무차장은 “영변 핵시설과 북한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 외에도 기술적으로 플루토늄 금속변환 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육불화우라늄(원심분리기에 주입·농축하기 위한 기체로 변환한 우라늄 화합물) 금속변환 시설 등이 각각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
미 국방정보국 출신인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영변군 서위리를 유력 핵시설 후보지역으로 제시했다. 이 곳은 평안북도 영변군 내 행정구역이다.
벡톨 교수는 “2010년에 이미 미국 정보당국이 영변 핵시설에서 가까운 서위리에 영변 보다 많은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핵시설 5곳에 대한 정의가 좀 더 광범위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시설이나 핵탄두를 저장하는 곳을 지칭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포함시킨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국방백서에도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다”며 “핵시설이라는 게 단순히 핵탄두만 있는 게 아니고 농축우라늄 시설, 핵탄두 저장 시설, 또는 미사일 공장과 같이 핵과 관련된 시설을 모두 언급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전 미국이 북한에게 요구할 '플러스 알파'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나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가 언급된 바 있다. 두 시설은 각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되는 액체연료 엔진의 성능 실험장, ICBM 개발에 있어 핵심 시설로 평가되고 있다.
noh@newspim.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