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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방아쇠 만지작… 바로 '방어 카드' 꺼낸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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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시진핑 희토류 공장 시찰 다음날… 中매체 "중동은 석유, 中은 희토류"

자원 무기화, 무역전쟁 새 변수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 공장을 시찰한 다음 날인 21일 중국 인민일보 산하 온라인 매체 협객도(俠客島)는 시 주석 행보에 담긴 뜻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는 말로 요약했다. 1992년 중국 장시성을 방문했을 때 덩샤오핑이 했던 이 말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거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설명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다. 동시에 '자원을 대미 보복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노골적인 메시지였다.

하지만 미국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소식이 이날 바로 전해졌다. "미 화학 기업 블루라인이 호주 최대의 희토류 생산 업체 라이너스와 손잡고 미 텍사스에 희토류 정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단독 보도가 나온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카드에 미국이 대비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희토류를 둘러싼 자원 전쟁이 미·중 무역 전쟁 판도를 뒤흔들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2015년 희토류 정련 업체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현재 희토류 정련 공장이 한 곳도 없다. 블루라인의 존 블루멘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공장이 될 새 공장이 "미국과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희토류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 체인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블루라인과 합작에 나선 라이너스는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생산 규모가 가장 큰 희토류 업체다.

WSJ의 보도 하루 전 시진핑 주석은 미·중 무역 협상 중국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대동하고 중국 최대 희토류 생산·가공 기지인 장시성 간저우에 내려가, 희토류 업체 진리(金力) 영구자석과기유한공사를 시찰했다. 선전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는 이틀째 상한가(10%)를 쳤고, 상한가가 없는 홍콩 증시의 중국희토라는 업체는 이날 주가가 무려 108% 폭등했다. 시 주석의 시찰로 중국 희토류 산업의 위상이 부각되면서 돈이 몰린 것이다.

중국 매체들도 "각종 전자 산업과 통신, 항공 산업, 국방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대량을 점하고 있다"며 득의양양했다. 특히 협객도는 "반도체 산업처럼 희토류 산업도 단기간에 일으킬 수 없다"며 "미국이 희토류 산업 체인을 건설하려면 15년은 걸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지질조사국과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은 희토류 생산이 전무한 건 아니다. 하지만 작년 생산량이 1만5000t으로, 12만t의 중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중국산 희토류에 80% 이상을 의존해왔다. 중국으로선 대미 수출을 옥죄면 미국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계산을 할 만한 상황이다.

희토류는 화학 원소번호 57~71번에 속하는 15개 원소에 스칸듐·이트륨을 더한 17개 원소를 말한다. 이 원소들은 다른 금속보다 안정성과 열 전도율이 뛰어나고 전기·자성·발광 특성까지 갖췄다. 소량으로도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과 배터리, LCD(액정디스플레이) 형광체,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의 렌즈, 태양전지와 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등 제조업 핵심 분야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매장량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하지만 광물 형태로 존재하는 양이 적어 상업성이 떨어지고 정련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도 발생한다. 중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 소수 국가에만 생산이 편중된 이유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대립 때 일본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 정부는 사태 초기엔 외교 라인을 동원해 항의·읍소했을 정도로 타격이 컸다. 하지만 대일 희토류 카드는 결국에는 중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됐다. 일본은 중국의 행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소했고, 희토류 수입처를 말레이시아 등으로 다변화했다. 민관이 손잡고 희토류 대체 연구에도 나서 고성능 자석에 쓰이는 네오디뮴 등의 사용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했다.

미국 CNN은 20일(현지 시각) "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에서 꺼내 든 (희토류) 카드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미 상당량의 희토류를 확보하고 있고, 소비량도 적어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metal)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 매장량이 매우 적은 희소 금속. 원소번호가 21번, 39번, 57~71번인 17개 원소가 희토류에 속한다. 전기자동차와 풍력발전기, 액정표시장치(LCD)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고 불린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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