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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살인` 3년 흘렀지만…남녀공용화장실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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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인근 남녀공용화장실 직접 31곳 둘러보니

29곳 여전히 공용화장실…4곳 잠금장치도 없어

소규모 민간건물은 남녀분리 화장실 의무도 없어

전문가 "모든 건물 남녀분리화장실 의무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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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남녀공용화장실의 모습.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 화장실 표지판에 ‘남녀용’이라는 글자가 써있다. (사진=황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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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이데일리 황현규 박순엽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 건물.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나란히 그려진 표지판이 붙은 화장실 앞. 문고리를 돌리자 손을 닦는 한 여성과 마주쳤다. “어머”하는 소리에 급히 문을 닫고 다시 나갔다. 잠금장치는 없었다. 문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오는 여성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등을 돌렸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남녀공용화장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2016년에 멈춰 있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여전히 남녀공용화장실이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녀분리 화장실 관련 법을 강화하고 분리 화장실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화장실 31곳 중 남녀분리화장실 교체 단 2곳

2016년 5월 17일 30대 남성이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화장실에 숨어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남녀 공용화장실은 성(性) 범죄 등 강력 범죄의 장소로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경찰청이 주승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2017년 5년간 공중 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는 1만 1178건이다. 이 가운데 강간·강제추행 등의 성(性) 관련 강력범죄가 916건에 달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절도 범죄 2952건 △폭력범죄 1492건 △지능범죄 1676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강남역 인근에는 남녀공용화장실이 여전히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2017년 화장실 문화시민연대의 ‘남녀공용화장실 현황’을 참고해 기자가 직접 31곳의 강남역 인근 화장실을 둘러봤다. 확인 결과 31곳 중 2곳만이 남녀분리 화장실로 교체했을 뿐 나머지 29곳(93.5%)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남녀공용화장실을 사용 중이었다.

심지어 4곳(분리화장실1·공용화장실 3)은 잠금장치조차 없었다. 화장실 이용 시 내부에서 문을 잠글 수 없는 구조다. 앞서 2017년 1월 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서울시내 남녀공용화장실이 4017곳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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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남녀공용 화장실. 대변기 칸을 사이에 두고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분리돼있으나, 사실상 공용화장실에 가깝다. (사진=박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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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분리화장실 규제·시정 법적 근거 없어

문제는 해당 남녀공용화장실을 규제하거나 바로잡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대규모 민간 건물·공공건물 내 화장실의 경우 남녀분리화장실이 원칙이지만 2000㎡ 면적 이하의 소규모 민간 건물은 예외다. 실제 3년 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행 장소 또한 노래방 내 남녀공용화장실로 남녀분리화장실 의무 건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건물 관리자에게 남녀분리 화장실 설치를 권고하는데 그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남녀공용화장실 개선에 국비 22억 6000만원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남녀분리화장실 설치를 원하는 건물주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남녀공용화장실을 사용 중인 건물에 한 해 남녀분리화장실 설치비 최대 300만원과 안전장치 설치비 최대 50만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남녀분리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모든 건물의 남녀분리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민간건물에 대해서도 규모에 상관없는 남녀분리화장실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화장실은 문화와 인권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남녀공용화장실의 문제점을 공감하는 사회적 인식도 선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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