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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美핵실험장 태평양 섬나라…방사능 유출 우려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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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보관 에네웨타크(Enewetak) 환초 돔 균열 시작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방사성 물질 유출위험"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냉전 시기 수십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핵실험의 후폭풍이 태평양 섬 나라들을 방사능 유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남태평양 국가들을 찾은 구테흐스 총장이 공식적으로 방사성 물질 유출을 경고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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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여파로 만들어진 버섯구름의 모습. 미국은 1950년대 중반 남태평양 마셜제도 에네웨타크 환초와 비키니섬 등에서 히로시마에 투하한 폭탄보다 1천배 이상 강한 위력을 지닌 핵폭탄(수소폭탄)을 실험했다가 중단했다. [EPA/히로시마평화기념박물관=연합뉴스]



22일 워싱턴포스트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남태평양 피지를 방문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마셜제도에 있는 에네웨타크(Enewetak)를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관'(棺)이라고 비유하며 방사능 유출을 경고했다.

힐다 하이네 마셜제도 공화국 대통령 역시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만나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냉전 시대 미군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67차례에 걸쳐 에네웨타크 환초와 비키니섬 등에서 핵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마셜제도는 미국 관할 아래에 있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를 초토화한 원자폭탄보다 1천배 이상의 폭발력을 지닌 수소폭탄 실험도 비키니섬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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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촬영된 에네웨타크(Enewetak) 환초의 콘트리트 돔 구조물 [AFP=연합뉴스]



수십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오염된 토지와 폐기물이 문제가 되자 미국 정부는 1977년부터 폐기물 처리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에네웨타크(Enewetak) 환초 일부인 루닛(Runit) 섬에 두께만 18인치(45.7㎝)에 달하는 돔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었다.

2억1천800만 달러 규모의 돔 프로젝트는 영구적으로 핵폐기물 처리 장소를 찾을 때까지 임시로 유지될 계획이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계획이 더는 진행되지 않았다.

1983년 마셜제도 공화국이 미국과 자유연합협정을 맺고 자치권을 가지면서 돔에 대한 관리권 역시 공화국에 넘겨졌다.

핵연료로 사용된 세계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인 플루토늄-239도 에네웨타크의 핵폐기물에 포함돼있다고 2017년 호주 공영방송인 ABC는 보도했다.

바다로부터 독성 물질을 차단하는 유일한 벽이 18인치 콘크리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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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962년 태평양에서 실시한 수폭 실험에서 발생한 극광 [위키미디어 제공]



문제는 수십 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기에 돔 주변으로 바닷물이 침투하기라도 한다면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앨슨 켈렌 기후변화 활동가는 "콘크리트 돔은 냉전 시대 핵 개발 시기와 기후변화 시기의 연결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열대성 폭풍으로 인한 파손 가능성도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태평양은 과거에 희생을 당한 것"이라며 "마셜제도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이뤄진 실험과 관련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셜제도 공화국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게 되더라도 지역 정부로서는 이를 해결할 만한 전문성이나 재정적인 여력이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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