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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98일간 먹통 청와대-국무위 남북 핫라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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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0일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청와대 브리핑룸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연결이 조금 전 완료됐다. 15시41분경 청와대와 국무위원회 간에 시험 통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먼저 평양으로 전화를 걸었고, 국무위원회 담당자가 받았다”며 “전화 연결을 매끄럽게 진행됐고, 전화 상태는 매우 좋았다.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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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배(가운데) 제1부속비서관이 지난해 4월 20일 북측 국무위원회 담당자와 남북 정상간 핫라인 시험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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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핫라인이 당시 4분 19초간 진행된 통화를 끝으로 ‘먹통’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통화 이후 398일 동안 가동되지 않아서다. 정부 당국자는 22일 “그동안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이용한) 통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지난 21일 “정상 간 대화만 궁금해 하는데, (남북간에는)그 이외에도 다양한 소통라인이 있다”며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남북 핫라인은 지난해 3월 5일 대북특사단(단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 사항이었다. 정 실장은 방북 직후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키로 했다”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4월 27일)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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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0일 이후 398일째 먹통인 남북 정상간 핫라인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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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라인을 만들고도 가동되지 않는 상황을 놓고 북한 측이 응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국은 남북간 다양한 소통 채널이 있다고 하지만 김 위원장과 직접대화를 강조해 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심각성에도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건 북측의 일방적인 무응답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일체의 남북관계를 중단한 상황에서 북측이 핫라인에 응답하길 꺼릴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장소와 형식에 구애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정상회담을 사실상 제안했다. 6일 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이(4월 11일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메시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설명했다. 청와대가 이렇게 언론에 설명한 건 핫라인 소통이 여의치 않자 국내외 언론을 활용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관측도 있다. 핫라인의 도·감청 우려다. 한 정보 소식통은 “핫라인은 음성신호를 암호화해 전달하는 비화(秘話) 기능이 있어 도·감청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정상간 대화는 향후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는 극도로 민감한 내용이어서 주변 국가들이 최신 기술을 동원해 어떤 식으로든 엿들으려 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남북간엔 30여회선이 운영 중인데 유독 핫라인만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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