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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ILO협약 비준 '손흥민 입대'?…"대체복무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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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협약 비준 관련 갖가지 주장 난무

병역제도 바뀌는 건 아니다…공무원·실직자 노조는 가능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5.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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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정부가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결사의 자유를 더욱 강력히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개 조항의 비준·입법을 동시 추진키로 하면서 병역제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현존 제도들이 갑작스레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체복무(사회복무요원) 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손흥민 선수가 현역으로 군대를 가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우려가 사실이 아니며, ILO 협약의 정신을 고려한다면 협약이 우리나라에 본격 도입되더라도 기존 병역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현 법제상 노동조합 결성이 불가능한 공무원은 물론이고, 해고·실직자까지도 노조를 결성·가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맞다. 이른바 '노동 3권의 최대한도 보장'이다. 이러한 노동권 보장은 노조 활동을 터부시하는 국내 풍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따른 경영활동 저해 우려 또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 ILO 협약이란?

ILO 협약은 모두 8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 Δ결사의 자유(87호, 98호) Δ강제노동금지(29호, 105호) Δ균등대우(100호, 111호) Δ아동노동금지(138호, 182호) 등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한 이후 2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 관련 협약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국내법과 충돌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정치범에 대한 억압을 금지하는 강제노동금지 105호는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찬양·고무·선동·동조죄와 배치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강제노동금지 105호를 제외한 모든 조항의 국회 비준·입법을 연내 동시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제노동금지 29호가 비준 계획에 포함된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병역제도와 관련한 혼란이 빚어졌다.

◇ 혼란의 이유는?

강제노동금지 29호는 기본적으로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한다'는 취지다. 일하는 곳을 옮길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거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으면 강제노동으로 본다.

예외는 있다.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작업을 제외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따라서 의무 군복무나 전쟁·재해 때문에 강요되는 노동은 허용한다. 그런데 '순수한'이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기초군사훈련 4주를 제외하고는 민간인 신분인 공익요원 복무가 '국가에 의한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이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 측은 우리나라의 질의에 대해 2007년 8월 '한국의 사회복무제도가 29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회신했다.

그러나 ILO 협약은 상당히 추상적인 기준에 따라 운용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협약 위반 기준이 칼을 자르듯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신 매 3년마다 협약 비준국 정부가 제출하는 보고서를 기초로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전문가위원회가 남긴 수많은 판례들이 협약의 대략적인 테두리를 그리고 있을 뿐이다.

◇ 정부 "'현역 선택권' 주면 해결된다"

강제노동금지 29조와 병역과 관련해 ILO 전문가위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은 나라는 이집트가 대표적이다. 전문가위는 지난 수년간 군 필요인원을 초과한 징집병을 공·사기업에 배치하는 이집트의 병역제와 관련해 29조 위반 판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초과 징집병을 군에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지 않은 채' 기업으로 동원한 것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지난해에도 "협약 29조와 105조에 따라 청년들의 사회복무 참여가 자발적(voluntary)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따라서 현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협약 비준 시 제도 보완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산업기능요원은 신체검사에서 4급(보충역) 판정을 받으면 무조건 사회복무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문연구요원, 예술체육요원, 공익법무관, 공중보건의사 등의 보충역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부과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 "협약 정신상 문제없다"

전문가들은 협약 29조의 '정신'을 강조한다. 해당 조항은 국가가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해 공공사업과 경제개발에 사용하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대체복무는 신체나 정신건강 등의 이유로 사실상 개인에게 특혜(Privilege granted to Individuals)를 주는 것이기에 이 정신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ILO 협약의 핵심은 공익근무나 손흥민 선수를 군대 보내는 것이 아닌,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정작 협약의 본질은 무시한 채 사실과 다른 말을 퍼뜨리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도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된 예외적인 상황이기에 ILO 사무국 관계자들과 얘기해 보면 대체복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협약의 원래 취지가 대량의 노동력을 동원해 경제개발에 투입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인 반면, 우리 사회에서의 사회복무는 현역보다는 개인적으로 이득이기에 비준 이후 문제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전교조 합법화는 당연 수순…노사 모두 '우려'

ILO 협약이 비준되면 전교조 합법화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수순이다. ILO 협약은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하는데 있어 공공기관이 방해할 수 없고, 또 이에 따른 불이익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결권 보장은 경영계로부터 우려를 사고 있다. 경총은 앞서 "우리 국가 경쟁력의 최대 걸림돌인 대립적·갈등적·불균형적 노사 환경 속에서 노조 단결권만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과 사용자 측의 우려가 매우 높다"며 "우리나라 특수성에 입각해 우리 노사 관계는 협력적·타협적·균형적으로 전환하는 틀을 국가 노동개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있다. 바로 '비준·입법 동시 추진'이 국회에서 좌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협약을 먼저 비준한 뒤 협약에 따라 주어진 1년의 법률 정비 기간 동안 입법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인수 원장은 "국회에서 여야 갈등으로 좌절될 것이 뻔함에도 비준·입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눈 가리고 아웅인 격"이라며 "'비준·입법 동시 추진으로 유럽연합(EU)의 통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명도 빈약하다. EU도 우리의 대립적인 국회 상황을 뻔히 아는데 단순히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고 해서 봐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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