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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퇴임 후에도 바쁜 미국 대통령들… 한국과는 '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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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내년에 회고록 출간… 美대선에 영향 줄 듯 / 부시, 최근 노무현 前대통령 10주기 추모식에 참석 / 클린턴, 퇴임 후엔 본인보다 부인 힐러리가 더 유명 / 카터, 대통령으론 실패했지만 2002년 '노벨상' 받아

세계일보

2009년 1월 당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과 당선인이 백악관에 모인 모습. 왼쪽부터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2018년 타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당선인,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최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모행사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것을 계기로 생존해 있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 4명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은 한국처럼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없다.

전·현직 대통령 간에 서로 존중하고 ‘지킬 건 지키는’ 관행이 확립돼 있다. 다만 그간의 모든 관행을 무시하고 깨뜨리기 일쑤인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분이 ‘전직’으로 바뀌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오바마(2009∼2017)와 부시(2001∼2009)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전직 대통령은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58·민주당)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그는 8년간 재임하고 2017년 1월 퇴임했다. 임기 동안은 물론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아직 50대인 만큼 미국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강연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미국은 오바마가 내년 출간할 예정인 회고록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책의 내용이 오바마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등 정치인들의 출마가 예상되는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이 지난해 펴낸 회고록 ‘비커밍’은 100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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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73·공화당)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재임 기간이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완전히 겹치는 그는 임기 동안 노 전 대통령과 8차례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부친(제41대 대통령 조지 H W 부시)께서 한국을 매우 사랑하셨다. 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유족에 전달해 큰 박수를 받았다. 2009년 1월 퇴임한 그는 전업화가로 변신해 퇴역 군인을 소재로 한 인물화 등을 주로 그리고 있다.

◆클린턴(1993∼2001)과 카터(1977∼1981)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73·민주당)은 퇴임 후 본인보다 부인 힐러리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는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공화당 후보였던 현 대통령 트럼프한테 패배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힐러리는 차기 대선 도전에는 선을 그었으나 여전히 트럼프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클린턴은 대통령 시절인 2001년 ‘노근리 사건’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냈다. 노근리 사건은 6·25 전쟁 중인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노근리에서 한국 민간인 200여명이 미군의 사격으로 희생된 사건이다. 내년 70주년을 앞두고 꾸려진 ‘노근리 사건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클린턴한테 초청장을 보냈으나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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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해 있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버락 오바마(58), 조지 W 부시(73), 빌 클린턴(73), 지미 카터(95). 백악관 홈페이지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95·민주당)는 생존한 전직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최고령이다. 그는 최근 야생 칠면조 사냥을 준비하던 중 넘어져 엉덩이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회복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터는 재임 시절에는 소련(현 러시아)과의 냉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1977년 취임한 그는 연임에 실패해 1981년 1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퇴임 후에는 민간외교와 사회운동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2년에는 노벨평화상도 받았다.

◆'포스트 트럼프' 시대는 어떻게?

“전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자를 비판하는 것은 나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지 W 부시가 대통령 퇴임 이후인 2013년 11월 미국 어느 방송의 토크쇼에 출연해 한 말이다. 사회자가 당시 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자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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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


부시의 언급처럼 미국은 전·현직 대통령 간에 서로 비판이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행동은 삼가는 정치문화가 확립돼 있다. 그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재임 시절의 일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된 사례가 없다. 임기 도중 사망한 대통령은 있어도 퇴임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전직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임기 도중 하야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1974년 8월 닉슨이 사임하자 당시 부통령이던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포드가 대통령으로서 가장 먼저 내린 조치는 닉슨의 범죄 사실에 대한 ‘사면’이었다. 이로써 닉슨은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는 일 없이 여생을 조용히 마무리했다.

물론 제45대이자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73·공화당)의 등장을 계기로 이런 관행이 깨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전임자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오바마가 트럼프를 비판한 일도 있었다. ‘트럼프가 내년 재선에 실패하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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