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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소주성 2년’에도...더 팍팍해진 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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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3대 축은 △가계소득 증대 △생계비 경감 △사회안전망·복지 확충입니다. 여기에 속하는 세부 정책과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장려금 확대,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경감, 건강보험 강화를 통한 의료비 경감, 통신비 절감, 고용보험 확대, 아동수당 도입 등 46개(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나 됩니다. 이를 통해 ‘처분가능소득 증대→소비 증가→투자·생산·고용 확대’의 선순환을 이루고 정책 효과를 취약계층에 집중시켜 소득 재분배도 개선하겠다는 게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지난 23일 통계청의 ‘2019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에서 나타난 현실은 이런 장밋빛 그림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올해 1·4분기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2.5% 줄어 다섯 분기 연속 감소했습니다. 전체 가구가 세금·이자 등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뜻하는 처분가능소득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는 마이너스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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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위 소득 5분기 연속 감소···근로소득은 ‘-14.5%’

올해 1·4분기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5만4,700원이었습니다. 1년 전보다 2.5% 줄었습니다. 1분위 소득은 최저임금이 16.4% 오른 지난해 1·4분기(-8.0%) 이후 다섯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접 일해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은 40만4,400원으로 14.5%나 급감했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1분위 가구당 취업자 수는 지난해 1·4분기 0.67명에서 올해 0.64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나마 1분위의 전체 소득 감소폭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은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대부분인 이전소득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1년 전보다 5.6% 늘어난 63만1,000원으로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전소득에는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아동수당, 각종 공적 연금 등이 포함됩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최저임금 급등의 마이너스 고용 효과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가 재분배 개선을 위해 돈을 퍼부었지만 최저임금이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만회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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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제자리인데 보험료·이자부담은 ‘껑충’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2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늘었습니다. 지난 2017년 2·4분기(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8%에 그쳤습니다. 2~4분위 가구소득은 늘었지만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2.2% 감소하면서 전체 소득 증가율을 끌어내렸습니다. 5분위 가구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5년 4·4분기(-1.1%) 이후 3년여 만입니다.

특히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74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했습니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빼고 가구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을 뜻합니다.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처음입니다. 근로소득(0.5%) 증가는 지지부진하고 자영업자의 사업소득(-1.4%)과 재산소득(-26%)은 모두 감소하는 와중에 비소비지출은 8.3% 껑충 뛴 결과입니다. 1·4분기 비소비지출은 107만8,000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습니다.

특히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험 지출이 8.6% 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료가 지난해(2.04%)에 이어 올해도 3.49% 뛴 여파로 풀이됩니다. 이자 비용도 17.5% 급증했습니다. 소득 증가 없이 ‘줄일 수 없는 지출’인 비소비지출이 늘면 그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듭니다. ‘가처분소득 증대→소비 증가→생산·투자 확대’의 첫 고리부터 실패했다는 얘기입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는 성장했는데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줄었다는 것은 가계소득을 늘려주겠다는 정부 정책이 선순환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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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분배 ‘지표상’ 개선됐지만···5분위 소득 줄어든 영향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분배 지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1·4분기 5.8배였습니다. 5분위 배율은 5분위(상위 20%) 소득을 1분위(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양극화 정도가 크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올해 1·4분기 5.8배는 지난해 1·4분기(5.95배)보다 낮은 값으로 약간 개선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1·5분위 소득이 동시에 쪼그라든 결과입니다.

5분위 소득 감소는 상여금 지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기저효과와 올해 기업 실적 악화가 모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해 1·4분기에는 주요 대기업의 노사합의가 지연되면서 2017년 말에 받았어야 할 상여금을 2018년 연초에 받은 5분위 가구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 올해 1·4분기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줄어든 것처럼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기업 실적이 둔화하면서 상여금 지급도 줄었습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경기 부진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상여금 지급이 줄어 5분위 소득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5분위 배율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절대적인 수치로도 양극화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5분위 배율 5.8배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5.81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박 과장은 “5분위배율이 개선되긴 했지만 이것을 시장 소득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시장에서의 소득 창출 여력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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