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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칸영화제 기립박수가 그렇게 대단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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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기립박수는 칸에서 영화가 상영되면 늘 있는 것이니까 분과 초를 잴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 '기생충'을 들고 제72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공식 상영에서 쏟아진 '8분 기립박수'에 대한 소감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내 언론 포함 전 세계 기자들이 모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나온 질문과 답이었다. 어쩌면 통역을 통해 질문과 답을 전해 들은 타국 기자들은 '기립박수에 왜 의미를 두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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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의 기립박수는 호평 지수를 가늠하는 잣대가 아니다. 이것은 상영작을 본 관객들이 영화와 영화를 만든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격려다. 불어로는 에티켓(Etiquette)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겠다.

경쟁 부문뿐만 아니라 주목할만한 시선, 미드나잇 스크리닝 등 칸영화제에 초청된 대부분의 영화와 영화의 주역들도 상영이 끝나면 기립박수를 받는다. 일종의 관례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연주가 끝난 뒤 박수가 터져 나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매커니즘도 있다. 영화가 끝난 후 장내에 불이 들어오면, 누군가 일어서서 박수를 친다. 뒤이어 일동 기립박수 타임이 시작된다. 이 분위기가 조금 더 이어지도록 영화 관계자들이 휘슬을 불며 박수를 끌기도 하고 때론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직접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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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가 끝나는 건 영화의 주역인 감독과 배우들이 극장을 빠져나갈 때다. 이런 분위기가 낯선 한국 감독과 배우들은 박수 타임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극장을 나서기도 한다.

올해 영화제의 경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감독들에게 건네며 관객과의 소통을 유도했다는 후문이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봉준호 감독은 기립박수가 멋쩍은 듯 "밤이 깊었으니 집에 갑니다. 렛츠 고 홈"이라는 위트 있는 말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장편 영화는 경쟁 부문 초청작 '기생충'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악인전' 두 편이다. '기생충'은 '8분 기립박수'를 받았고, '악인전'은 '5분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각각의 투자배급사에서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양사 모두 유례없이 뜨거운 현장이었다고 극장 안의 분위기를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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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용으로 '기립박수'라는 헤드라인은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영화 관람 문화에다가 국제영화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 상영 현장을 전하는데도 그만이다. 여기에 숫자까지 더해지면 해당 영화를 보지 못한 국내 관객의 기대감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영화 홍보의 마케팅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물론 분위기라는 건 있다. 기립박수의 세기와 길이로 호평 정도를 미루어 짐작하는 것도 결국 분위기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보다 확실한 것은 상영 다음 날부터 쏟아지는 각 매체의 리뷰와 평론가들의 비평일 것이다. '기생충'을 향한 반응은 극장 안에서는 물론 매체 지면에서도 뜨거웠다.

칸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감정 표현을 직접적으로 한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보리라는 예상과 달리 영화가 선사하는 기쁨, 슬픔, 공포, 충격 등의 다양한 감정에 웃고, 울고 때론 소리까지 지르며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영 도중 퇴장하는 관객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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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는 영화인의,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영화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예매 전쟁을 뚫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칸영화제는 영화인만을 위한 영화제다. 감독, 배우, 배급사, 수입사, 마케터, 언론 종사자 등은 각각의 역할과 업무에 걸맞은 배지(Badge)를 발급받아 영화제를 즐긴다.

단, 티켓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화인이 아닌 일반 관객도 상영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배지 없이 티켓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영화제 기간 거리에서 "영화 'OOO' 티켓 구합니다"라는 팻말을 든 사람들 대부분은 일반 관객이다. 이들은 구한다는 기약도 없이 턱시도에 보타이 혹은 드레스에 구두를 신고 표를 구하려 뛰어다닌다. 옷을 차려입은 이유는 정장을 입은 사람만이 극장에 입장할 수 있는 칸영화제의 에티켓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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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아버지인 뤼미에르 형제의 이름을 딴 팔레 드 페스티벌의 뤼미에르 극장은 칸영화제의 상징이다. 경쟁 부문 초청작은 모두 이 곳에서 상영된다. 2,300석의 대극장인 뤼미에르는 그 오랜 역사에 놀라고 스크린과 객석의 규모에 또 한 번 놀란다. 단, 오래전에 지어진 극장인 만큼 좌석은 좁고 불편하다.

이곳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쟁 부문은 '세계 최초 상영'이 전제돼야 초청된다. 뤼미에르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감독과 배우,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보는 관객에게도 특별한 추억일 수밖에 없다. 전통이 서린 극장이 주는 위엄과 기품에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까지 더해진다면 잊지 못할 순간이 된다.

칸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이자 경쟁 성격을 띤 영화제 중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다. 이곳의 초청과 상영만으로도 쾌거다. 하지만 영화제는 기록을 재는 올림픽이 아니다. 그러니 타이머를 들고 기립박수의 분초를 재는 일은 하지 말자. 칸을 즐기는 데 있어 그것보다 촌스러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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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국제영화제는 25일(현지시간) 오후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올라 수상을 노린다. 영국의 스크린 데일리와 미국 아이온 시네마가 매긴 평점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영화의 작품성은 의심할 여지없이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수상은 별개의 문제다. 칸영화제 수상은 심사위원 9인의 심사에 달렸다.

수상 여부는 한국 시간으로 26일 새벽께 알 수 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칸에 남아있다. 이들이 25일(현지시간) 오전 영화제로부터 폐막식 참석을 요청받는다면 수상은 확정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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