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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 곳 느는데…나랏빚 '마지노선'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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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종합)국가채무비율 A-Z…홍남기 부총리의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 보고' 이후 재정건전성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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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시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재정은 우리 사회의 중장기 구조개선뿐 아니라, 단기 경기대응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 정부의 추경안을 신속히 논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5.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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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 40%.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마지노선 40%는 정치권을 달궜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보수 야당과 확장 재정을 선호하는 여당이 부딪혔다. 국가채무비율 40%는 넘어선 안 될 절대 기준일까.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 아닌 40%대 초반 관리

사실 확인부터 하면 홍 부총리는 내년 국가채무비율을 40% 내로 유지하겠다는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23일 기재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다. 그러면서 국가채무비율 40%는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 수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처음 제시된 게 아니다. 기재부는 지난해 8월 내놓은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2020년 국가채무비율을 40.2%로 예상한 적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수정한 2020년 국가채무비율은 40.3%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39.5%로 전망했다.

홍 부총리 보고의 요지는 2022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40%든 40%대 초반이든 기재부는 앞으로 재정이 여유롭지 않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 하강으로 내년부터 세수 사정이 넉넉지 않다. 정부로 들어오는 수입(세금)이 줄어 빚(국채)을 내 모자라는 지출을 메워야 한다. 빚이 늘면 국가채무비율도 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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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2년 주요 재정건전성 지표 추이/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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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화법, 마지노선 45% 명시

40%대 초반이 국가채무비율 관리에 있어 기준점이 된 건 최근 일이다. 오랜 기간 확고하게 자리 잡은 재정 규율이 아니다. 2002년만 해도 국가채무비율은 17.6%로 40%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가채무비율은 2003년 20%, 2009년 30%를 돌파했다. 이 때문에 40%대 초반을 단순히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기재부가 2016년 8월 발표한 '재정건전화법'은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해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처음 꺼내 만들어진 법이다.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45%로 설정했다. 유럽연합(EU)이 1992년 가입조건으로 제시했던 국가채무비율 한도 60%를 참고했다.

재정건전화법은 다른 EU 기준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3%는 그대로 따랐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치다. 사회보장성기금은 당장 정부 사업에 투입할 수 없는 돈이다. 이에 따라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3%로 예상된다.

당시 기재부는 고령화, 복지지출 증가, 통일 등을 고려해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EU보다 낮췄다고 밝혔다. 국가채무비율 한도는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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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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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vs 확장재정 논리는

기재부 설명처럼 국가채무비율을 낮게 관리하려는 이유는 미래에 돈 들어갈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료들이 자주 인용하는 표현은 '악어입 그래프'다. 쓸 돈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 악어입처럼 쩍 벌어진 그래프가 발생하게 된다.

대외신인도 악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국가신용등급을 매기는 국제신용평가사는 국가채무비율을 중요한 평가지표로 본다. 국가채무비율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신용등급이 강등당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나랏빚이 늘더라도 경제가 더 성장하면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기재부 내에선 정책 라인이 이런 인식을 강하게 하고 있다.

◆감내 가능한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있나

장기적으로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얼마일까. 관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 있지만 학계에선 EU에서 제시한 60%를 언급하는 학자가 많다. 미국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카르멘 라인하르트 메릴랜드대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이 선진국은 90%, 개발도상국은 60%라고 그었다.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국가채무 상환 능력이 낮은 점을 반영했다.

성장률과 재정적자가 일정한 수준을 지속한다면 국가채무비율은 특정 숫자에 수렴한다는 연구도 있다. 국가채무비율은 단기적으로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결국 장기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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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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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한 에브시 도마 MIT 교수의 1944년 논문이 대표적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GDP 대비 재정적자를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GDP 디플레이터)로 나누면 국가채무비율이 도출된다.

주 전 대표는 EU 기준이었던 국가채무비율 60%, 관리재정수지 적자 3%도 도마 교수 논문을 적용받는다고 했다. 1970~80년대 유럽 주요국 명목성장률은 5% 수준이었다. 주 전 대표는 관리재정수지 3%를 명목성장률 5%로 나누면 국가채무비율 60%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주 전 대표는 도마 교수 이론이 적정 국가채무비율 구하는 공식은 아니라고 했다. 가령 지난해 한국의 명목성장률 3%, 관리재정수지 적자 0.6%로 계산하면 국가채무비율은 20%여야 한다.

그는 일정한 성장률과 재정적자가 20~30년 정도 쌓여야 장기적으로 수렴하는 국가채무비율이 산출된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아직 도마 교수 이론에 따른 국가채무비율을 구하긴 어렵다. 저성장이 2010년대 들어 본격화돼 도마 교수 공식에 대입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 전 대표는 공식보다 성장률, 재정적자, 국가채무비율 간 연관성을 밝혀낸 게 도마 교수 이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재정적자가 있더라도 경제성장률이 그보다 높은 수준이면 국가채무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논문 요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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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마라톤대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5.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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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으로 번진 국가채무비율 논란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40%가 깨졌다"고 한 발언을 소환했다. 청와대는 4년 전과 경제 상황이 달라 확장 재정 정책을 써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40% 마지노선을 둘러싼 여야 공방과 별개로 보수는 재정건전성, 진보는 확장 재정을 추구한다. 보수는 작은정부, 진보는 큰 정부를 지향해서다. 201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게 역사적 소명"이라고 발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같은 회의에서 "재정을 쓰는 입장에서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관가에선 재정건전성 논란이 본격화된 시기를 참여정부로 본다. 전직 예산 관료 모임인 재경회·예우회 중심으로 2011년 발간한 책 '한국의 재정 60년'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작은 정부론에 대응해 적정규모 정부론을 주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필요하면 정부가 적자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정을 최후의 보루라고 여긴 보수파는 노 전 대통령 입장에 반발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국가채무비율은 20.4%로 전년 17.6%에서 2.8%포인트 올랐다. 참여정부 집권 말기인 2007년 28.7%로 올랐다. 보수정권 기간 동안 국가채무비율은 28.0%(2008년)→38.2%(2017년)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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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추경 등 경제현안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9.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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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빠진 반쪽짜리 논쟁

국가채무비율 논쟁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세 논의가 빠져서다. 세수가 크게 늘지 않아 모자라는 재정을 국채 발행으로 메운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일각에선 증세를 통해 세수 증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금을 더 걷으면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는 낮출 수 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구조적으로 보면 재정을 꼭 국채로만 채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세입도 적절하게 확충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증세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로서 증세는 부담이 크다.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데다 내년엔 총선까지 있다. 여권은 증세가 자칫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 부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적극적인 재정기조가 필요한데 증세는 아직 검토한 적이 없다”며 "세수를 정확히 예측하는 노력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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