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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빅픽처] 봉준호 '기생충' 황금종려상이 갖는 놀라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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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게 돌아갔다. 한국 영화 최초의 쾌거다.

2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은 가장 마지막에 호명됐다. 지난 11일간 선보인 21편의 영화를 모두 제치고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이다. 더욱이 올해 경쟁 부문은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의 신작 5편이 포진돼있을 만큼 쟁쟁했다.

그러나 심사결과는 만장일치였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폐막식 직후 열린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황금종려상은 만장일치였다. '기생충'은 특별한 경험이었고,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느낌을 줬다"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기생충' 수상이 갖는 특별한 의미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를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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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은 어떤 영화?…반지하와 계단에 투영한 계급·사회 풍자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만든 한국어 영화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렸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이 칸에서 첫 공개되기 전 "되게 이상한 영화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기생충'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집안에서 이루어지고 이 집은 수직으로 만들어졌다. 또 각각의 공간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끼리 계단 시네마, 계단 영화라 불렀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더불어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와 '충녀'에서 계단 이미지를 가져왔다"며 거장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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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는 가족 영화지만,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의 모든 부조리가 집약된 영화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제 참석 전 열린 국내 기자회견에서 "워낙 한국적인 상황을 다룬 영화라서 외국 사람들이 백퍼센트 이해할까 조금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있다. 하지만 공식 상영 이후 해외 각국의 영화 관계자들은 "경제 양극화는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는 사회 문제다. 봉준호 감독이 보편적인 주제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풀어내 거장의 귀환을 알렸다"고 호평했다.

특히 총기를 보였던 단편부터 매 작품 독특한 시각과 새로운 형식, 정확한 연출을 보여줬던 장편 영화 7편의 장점을 집대성한 영화라는 평가다. '기생충'은 '지리멸렬'부터 '플란다스의 개', '마더', '살인의 추억' 등에서의 연출적 장기와 특징을 관통한다.

장르는 코미디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사회 양극화와 시스템의 부조리였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을 최고의 역량으로 만들어낸 역작이라고 볼 수 있다.

◆ 한국 영화 100년史 최초·최고의 쾌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영화 최초의 일이며, 최고의 쾌거다.

칸국제영화제는 베니스, 베를린과 더불어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힌다. 한국 영화가 수상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이 감독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이후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두 감독의 수상 이후 칸영화제는 한국 영화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화 산업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진 데다 개성 넘치는 감독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까다로운 칸의 안목을 사로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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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릴레이는 2010년까지 이어졌다. 2007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으며 배우 최초의 쾌거를 이뤘다.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는 각본상을 받았다.

2012년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경쟁 부문에 올랐으나 본상은 수상 하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은 9년 간의 수상 가뭄을 해소했으며 '첫 수상=황금종려상'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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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수상은 다섯 번의 초청 끝에 이뤄졌다. 2006년 '괴물'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돼 첫 인연을 맺은 후 '마더'와 '도쿄'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연이어 초청됐다. 2017년 넷플릭스 제작의 영화 '옥자'로 처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당시에는 무관에 그쳤지만 2년 만에 '기생충'으로 그랑프리 수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이로써 '기생충'은 칸영화제 72년 역사상 8번째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시아 영화가 됐다. 앞서 1954년 일본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감독의 '지옥문', 1950년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카게무샤', 1982년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 1997년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향기', 2010년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의 '엉클분미', 2018년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다.

칸영화제 최초의 기록도 남겼다. 한국 영화의 첫 그랑프리이자 지난해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아시아 대륙이 최고상을 가져갔다. 이는 칸영화제 역사에 없던 일이다.

영화제 내내 '기생충'에 대한 수상 가능성이 언급되면서도 '황금종려상'을 낙관하지 못했던 것은 지난해 수상 결과 때문이었다. 아시아 영화라는 점, 사회 양극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이 수상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영화제 역사의 진기록을 만들어 내는 것을 선택할 만큼 심사위원들에게 '기생충'은 매력적인 작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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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의 소심한 소년, 충무로의 '봉테일'로

이번 수상은 크게는 한국 영화 전체의 쾌거라는 의미 부여도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팀이 온전히 누려야 할 영광이다. 특히 독특한 색깔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해온 50세의 거장 봉준호에게 박수가 집중돼야 마땅하다.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저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길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969년 9월 14일 대구에서 태어난 봉준호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며 영화감독의 꿈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단편 '지리멸렬'(1994)이 국제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며 충무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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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7명→천만 감독→할리우드行→황금종려상…봉준호의 드라마

장편 영화 데뷔작은 2000년 개봉한 영화 '플란다스의 개'다. 배두나와 변희봉이 주연한 블랙 코미디인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전국 447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두 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월드'의 시작을 알린 수작이다. 페르소나로 불리는 송강호와의 역사가 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두 형사의 집요한 추적기를 다룬 영화로 그해 전국 5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평단의 호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06년에는 '괴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그의 선택은 뜻밖에도 저예산 영화인 '마더'였다. '국민 어머니'로 불렸던 김혜자와 미남 배우 원빈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살인사건에 연루된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스릴러로 풀어내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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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는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어 영화 '설국열차'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9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으며,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에도 개봉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할리우드 진출이 이뤄졌다. 넷플릭스 제작의 '옥자'(2017)였다. 이 작품을 통해 넷플릭스 영화가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차기작 역시 할리우드 작품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0년 만에 한국어 영화 '기생충'으로 돌아왔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봉준호 감독은 블랙코미디, 범죄물, 괴수물,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장르의 마술사'다. 장르 탐험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향한 거대 담론을 던질 뿐만 아니라 대중을 사로잡는 상업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여타 세계적인 거장들과 다른 차별점을 보인다.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여는 지난 19년간 견고하게 구축된 '봉준호 월드'에 대한 인정이자 찬사라고 볼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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