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고수들은 "쪼개야 모인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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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는 예산 세우기
통장쪼개기는 목적에 따라 돈을 별도의 통장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상에서 재테크 고수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의 뇌는 매우 단순해서, 여러 용도로 통장을 나눠두지 않으면 돈을 물처럼 쓰기 쉽다”고. 아니나 다를까, 아무리 가계부를 꼼꼼히 적어도 늘 지출은 예산을 넘어서곤 했다. 통장쪼개기는 예산안을 좀 더 잘 실천하게 돕는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통장쪼개기 1단계는 예산 세우기가 됐다. 법인카드를 제외한 생활비가 얼마나 되는지, 비정기지출을 얼마로 잡을지를 그간 작성한 모바일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을 토대로 따져봤다.
통장을 몇 개로 쪼갤지도 고민거리였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통장쪼개기 후기를 읽어보니, 보통 생활비·비상금·경조사비 정도로 통장을 쪼갰다. 기자의 경우 총예산 92만원을 생활비·경조사비·비상금·비정기지출·정기지출로 쪼개기로 했다. 비상금은 정말 비상시에 쓰는 돈이고, 비정기지출은 종종 발생하는 큰 지출에 대비한 항목이다. 염색하러 미용실에 가거나 쇼핑할 때 ‘지름신’이 강림할 상황을 대비해 비정기지출 통장에 매달 10만원씩 넣기로 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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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앱에서 정기 자동이체 설정
이제 정기 자동이체를 설정할 차례. 월급날이 되자마자 돈을 나눠둬야 통장쪼개기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 대부분 은행 모바일 앱을 통해 정기자동이체를 신청할 수 있다. 기자는 우리은행을 월급통장으로 써왔는데, 확인해보니 정기자동이체를 할 때 건당 300원의 이체 수수료가 발생했다. 최소 5개로 통장을 쪼개면 다달이 나가는 이체 수수료만 1500원이었다.
수수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체 수수료가 무료인 은행을 중간에 넣었다. 카카오뱅크는 한시적으로 다른 은행으로 자동이체할 때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자동이체 목록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카카오뱅크 앱에 들어가 월급날 다음날 4개 통장으로 자동이체 되도록 설정해뒀다. 21일 월급이 들어오자 우리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92만원을 송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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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야 모인다는 진리
22일, 결전의 날이 밝았다. 카카오뱅크로 옮겨둔 돈이 용도에 따라 분산될 예정이었다. 오후 6시 무렵 통장 잔고가 계획대로 분할됐다.
통장이 많이 생기면 지출할 때 헷갈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다. 생활비 계좌와 비정기지출 계좌만 연동된 체크카드를 들고 다니면 된다. 비상금과 경조사비 통장은 평소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통장을 5개로 쪼개면 5개 체크카드 앞에서 매번 고민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일상에선 2장이면 충분했다. 체크카드기 때문에 지출할 때마다 잔액에 신경 쓰면서 조심조심 소비하게 되는 효과는 ‘덤’이었다.
통장쪼개기를 한 뒤 이틀간 체크카드로만 살았으나 큰 불편은 느끼지 못했다. 갑자기 사고 싶은 옷이 생기거나 학원을 끊게 될 경우 ‘신용카드 할부찬스’를 쓰게 될까 걱정되긴 한다. 비정기지출 통장에 좀 더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거나, 해당 지출을 위해 적금을 하나 더 붓는 식으로 대처해야 할 듯싶다. 신용카드 할부에 기대온 지난 6개월에 비해 돈에 대한 관념이 잡히는 느낌이 든다. 뒤늦게 재테크 고수들의 가르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돈은 쪼개야 비로소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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