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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궤도 지뢰밭 ‘우주 쓰레기’…미·일 정상회담 의제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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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를 묘사한 모식도. 수십만개의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빽빽하게 메우고 있다. 특히 위성들이 많이 운영되는 고도 500~1000㎞와 3만6000㎞ 부근의 밀집도가 높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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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우주, 그리고 푸른 바다와 흰 구름이 뒤섞인 지구가 대조를 이루는 고도 500㎞에서 우주비행사들이 허블우주망원경 수리를 위해 무중력 유영을 한다. 우주의 고요함을 한껏 즐기던 우주비행사들의 여유는 헤드셋에 다급하게 울려 퍼진 지상관제소의 “임무 중단!”이라는 명령과 함께 극한의 긴장감으로 바뀐다. 특정 국가의 인공위성 요격으로 인해 생긴 파편이 연쇄적인 위성 파괴를 일으키면서 다량의 우주 쓰레기가 이들을 덮친 것이다.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이다.

로켓 조각·수명 다한 위성 등

우주 떠다니는 파편 일컬어


우주 쓰레기는 말 그대로 우주를 떠다니는 조각과 파편이다. 로켓이 상승하면서 떨어져 나간 조각이나 인공위성의 부품, 우주비행사들이 작업을 하다 놓친 연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지구 밖 500㎞까지만 올라가도 지구 중력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이런 쓰레기들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둥둥 떠다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27일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 이와 관련한 의제가 올라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의제로 올라간 만큼 우주 쓰레기 처리에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과학계에선 우주를 안보적인 목적을 담은 감시 태세의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우주 쓰레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소프트볼 크기만 한 쓰레기

총알보다 7배 빠른 속도로

지구 궤도에 빽빽이 ‘2만개’


우주 쓰레기가 문제로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가공할 만한 속도 때문이다. 최대 초속 8㎞에 이르는데, 총알의 7배 빠르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에는 매우 많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프트볼만 한 크기, 즉 둘레 30㎝가량의 우주 쓰레기가 약 2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보다 작은 우주 쓰레기는 최소 50만개로 추정한다. 지구 궤도 전체가 일종의 지뢰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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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임무 도중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며 손상된 우주 왕복선 엔데버호의 선체. 어른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큰 구멍이 뚫렸다(작은 사진).1997년 촬영된 러시아 우주 정거장 미르. 우주 쓰레기와 충돌해 태양전지판 일부가 뚫리거나 너덜너덜해졌다(붉은 원 안).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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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는 실제로 현실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달 유럽우주국(ESA)은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한 위성들의 회피 기동이 지난해 28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회피 기동을 하면 자세와 위치가 틀어지기 때문에 지상 관측 등 위성 본래의 역할을 하루 이상 할 수 없다. 위성이 망가지는 것을 피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무형의 피해가 생기는 셈이다. 모든 위성들이 운좋게 우주 쓰레기를 피한 것도 아니다. 1996년에는 프랑스의 인공위성인 세리스가 유럽의 우주로켓인 아리안에서 떨어져 나간 파편과 충돌해 큰 손상을 입었고 2007년에는 미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의 선체에 구멍이 뚫렸다. 2009년에는 버려진 러시아 위성이 미국의 통신위성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충돌로 또 다른 우주 쓰레기 2000개가 만들어졌다. 현재 지구 궤도에 버려지거나 작동 중인 인공위성이 50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피해는 언제든 또 생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우주 쓰레기가 극적으로 늘어날 대대적인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우주선인 스페이스X 사업을 주도하는 일론 머스크는 사각지대 없는 지구적인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스타링크’ 사업을 추진 중인데 여기엔 2만여개의 소형 위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우주 인터넷 사업을 구상 중인데, 모두 수많은 위성을 우주 공간에 띄우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과학계에선 이런 소형 위성들 자체가 수명을 다하면 우주 쓰레기가 되거나 우주 쓰레기를 유발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주 쓰레기 증가 추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과학계에선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우주 쓰레기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4년 달 착륙, 2030년 화성 착륙을 계획하는 인류는 1960년대 이후 인간을 가장 활발히 우주에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천체에 인간을 착륙시키는 것 외에도 지속 가능한 우주 기지를 세울 복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주의 이용과 개발은 정부에서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민간의 핵심을 이루는 기업은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우주 발사체를 다량으로 띄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람이 우주 쓰레기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상황이든 인간이 탑승한 우주선이나 정거장이 늘어날 것이므로 우주 쓰레기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충돌 피해 위성들 회피 기동

실제 선체에 구멍 뚫리기도

민간의 위성 프로젝트 늘며

더 많은 쓰레기 유발 가능성

국제적 해결책 서둘러야


세계 과학계에선 우주 쓰레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세계 과학계에선 수명이 다하면 어떤 방법으로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까지 제시한 뒤에야 위성 발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수명이 다하면 행정 절차를 밟아 폐차하듯이 위성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주 이용에 관한 국제적인 합의는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더디게 진척되고 있어 우주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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