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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규모 UAE 원전정비 한국 단독수주 무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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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이 3~5년짜리 계약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10~15년 장기정비계약 단독 수주를 자신했던 한국수력원자력은 비상이 걸렸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업계에 따르면 UAE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Nawah)가 장기정비계약의 기간을 나눠서 사실상 단기정비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장 15년간 3조원 규모 정비계약을 기대했던 정부로서는 5년짜리 단기계약으로 축소될 경우 고작 5000억원 수준으로 계약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계약기간 단축과 함께 UAE 정부가 수주금액이 비싼 계획예방정비는 계약을 미루고 일상적인 경상정비계약만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비계약은 일상적인 정비 활동인 경상정비와 원전 가동을 중단한 채 모든 원전을 정비하는 계획예방정비로 나뉜다. 현재 바라카 원전의 가동 일정은 내년 초 연료를 주입하고 1년간 시범 가동한 뒤 이상이 없으면 2021년 초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가는 수순이다. 이후 핵연료 교체주기인 18개월이 지나야 계획예방정비가 필요한 시점이 된다. 이 때문에 당장 핵심 정비나 장기계약이 필요 없는 UAE 정부가 상대적으로 값싼 정비계약만 일단 배분한 뒤 핵심 정비에 대해서는 향후 좀 더 유리한 고지에서 계약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UAE 정부와 나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진 않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15년짜리 장기정비계약의 단독 수주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UAE 정부가 조만간 결정할 단기경상정비계약은 현재로선 한수원- 한전KPS가 가장 유력하다. 바라카 원전이 한국의 최신 원전인 APR-1400인 만큼 한수원과 한전KPS가 가장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밥콕(두산중공업이 모회사)과 경상정비 일부를 나누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나눠 맡더라도 두 회사의 전문 분야가 달라 한수원은 총괄 정비를,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정비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두산중공업이 직접 수주를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UAE 정부는 한국이 원전의 모든 권한을 움켜쥐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정비계약마저 장기로 내줄 경우 주도권을 한국에 뺏길 것을 우려해 한곳에 몰아주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바라카 원전은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1.4GW급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으로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이 해외에선 처음으로 설치됐다.

최신 원전을 수출한 만큼 한수원은 2016년 LTMA와 함께 원전의 핵심 운영권으로 꼽히는 운영지원계약(OSSA)을 단독으로 따냈다. 핵연료 공급도 한전원자력연료가 도맡고 있다. 원전 건설 역시 설계는 한국전력기술, 원자로 및 증기 발생기 등 기기 제작은 두산중공업, 시공은 현대건설·삼성물산 등이 맡아 사실상 한국이 모든 원전 계약을 독점했다.

마지막 남은 대규모 계약인 장기정비계약까지 한국이 가져갈 경우 원전 관련 모든 사항을 한국이 움켜쥐게 되는 것을 UAE가 상당히 껄끄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UAE로선 한수원 독점계약으로 한국에 끌려다니는 상황을 우려해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당초 수의계약을 노렸던 한수원의 바람과 달리 2017년 계약 방식이 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영국 밥콕, 미국 얼라이드파워 등이 수주전에 가세했다. 당초 1분기 중 LTMA 최종 계약자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계속 미뤄지면서 한수원의 단독 수주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김종갑 한전 사장은 물론 성윤모 산업부 장관까지 UAE를 방문해 LTMA 단독 수주를 위해 분전했지만 사실상 정부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정부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일각에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실망한 것이 UAE 정부가 LTMA 계약을 당초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하는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LTMA보다 사업 금액은 적지만 장기서비스계약(LTSA)이 한국 측에 사전 통보 없이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가기도 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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