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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조현민 경영 복귀..한진 '오너家 갈등' 해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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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거취에도 관심 집중

KCGI 경영권 공격 거세져..경영권 방어 우선 판단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조현민 전무는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진칼 사옥 사무실에 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 직후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약 14개월 만이다.

조 전무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 딸이며, 조원태 회장의 동생이다. 이번 경영 복귀는 형제간 화합을 강조해 온 선친의 뜻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는 고 조양호 회장의 강력한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사의 경영에 나설 예정”이라며 “한진그룹에서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사회공헌 활동 및 신사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의 직책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정해졌다. 사회공헌을 비롯한 한진그룹 마케팅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고,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공유가치창출(CSV)을 추진한다. 아울러 그룹 중장기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항공운송, 여행, 물류, 정보기술(IT) 등 기존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신사업 개발 역할도 담당한다.

◇ 형제간 갈등 봉합 수순

조 전무가 한진그룹 경영에 전격 복귀한 것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 사망 이후 불거진 형제간 갈등이 봉합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 역시 선친의 유훈을 받들어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보탤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4월 별세한 조 전 회장은 별도의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족들에게 ‘잘 협력해 사이좋게 (회사를) 이끌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 평소 ‘가족간 화합해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란 말도 자주 했다고 한다.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한진그룹 안팎에선 상속을 둘러싼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 갈등설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달 한진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일인 자료 제출을 미루면서 갈등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원태 회장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상속 문제에 대해 “협의가 완료됐다고 말은 못 한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재계에선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전무가 손을 잡고,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들과 갈등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특히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전무는 지난 4월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별세한 고 조양호 회장을 운구하는 비행기에 함께 탑승한 데 비해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따로 귀국해 갈등설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3남매가 결국 힘을 합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형제간 분쟁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남아 있는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이 전 이사장과 함께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선고공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사태 3년 4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지만,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 달도 안 돼 사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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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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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GI 경영권 공격 강화

한진가(家) 3남매가 힘을 합치는 것은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의 경영권 공격이 최근 거세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율을 15.98%까지 끌어올렸다. KCGI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칼 지분을 계속 매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 최대 주주는 고 조양호 회장으로 지분율은 17.84%다. 조원태 회장은 2.34%,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1%, 조현민 전무는 2.3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은 법적으로 따지면 이 전 이사장과 3남매가 각각 1.5:1:1:1 비율로 상속받게 된다. 만약 형제간 갈등으로 인해 상속 지분의 일부가 이탈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는 한진가 3남매에게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상속세는 고 조 전 회장 별세 이전ㆍ이후 각 2개월간 공표된 거래소의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이 기간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상속세는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한진가 3남매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팔기보다는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이 없는 지분을 매각하거나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세 납부계획은 오는 10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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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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