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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자재·창고 다 탔는데…두 달째 철거도 일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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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공 358개 업체 피해봤지만

재난법 지원 명시 안돼 대책 없어

성금 배분도 불가 … 융자만 가능해

청와대·국회 찾아 대책마련 촉구

중앙일보

11일 고성·속초 산불피해 보상을 위한 현지 조사가 본격 시작됐다. 한국손해사정사회 조사단원들이 한 업체를 방문해 피해조사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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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원이 넘는 자재와 창고가 모두 불에 탔는데 아직 소상공인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4월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로 1400㎡ 규모의 창고와 사무실이 모두 불에 탄 최점만(63)씨는 지난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30년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에서 건축자재 도매업을 해 온 최씨는 이번 산불로 속초·고성·양양지역 철물점에 납품하던 건축자재가 모두 잿더미가 됐다. 그나마 남은 철근 등도 불에 그을린 뒤 두 달가량 방치되면서 녹이 슬었다.

최씨는 “30년을 안 먹고 안 쓰고 모아온 것인데 처참하다. 보상 문제 때문에 철거할 수도 없어 그대로 두고 있다”며 “한전과의 보상 문제가 길게는 5년이나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전에 사람이 먼저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산불로 부인, 딸과 함께 살던 99㎡ 규모의 주택마저 잃은 최씨는 지난달 받은 주택 피해 보상금과 성금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액이 1431억원(주민 신고액)에 달하지만, 이들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32개 업체(330억원), 소상공인 326개 업체(1100억원) 등 피해 업체만 358개 업체다.

하지만 현행법상 중·소상공인 피해 복구비 지원은 명시돼 있지 않아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사망·실종 등 피해 주민에게는 구호, 주거용 건축물 복구비 지원, 농림어업 시설 복구 지원 등이 명시돼 있다. 반면 중·소상공인 피해 복구지원 방안은 자금 융자만 가능하다.

천막과 로프 등 건설 자재와 조경 자재 도매업을 하는 최만수(60·강원 고성군) 씨도 지원을 못 받은 소상공인 중 한명이다. 최씨는 자재창고 5동이 불에 타 15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봤다. 20년간 이 일을 해온 최씨는 “두 달째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생계유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속초 산불피해자 및 고성 상공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5일 강원도청을 찾아 최문순 강원지사와 비공개 면담했다. 강원도와 관계기관이 소상공인 등에게 지원되는 2차 성금 배분 방식을 두고 고심하면서 지원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비대위는 또 지난 7일 오전 9시부터 청와대 앞에서 시위한 뒤 국회와 더불어 민주당 당사를 찾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특별재난 지역 선포로 긴급복구비 1853억원, 추경 예산 94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이재민들의 주택 복구와 자영업자의 사업장 복구에는 한 푼도 쓸 수 없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장일기 비대위원장은 “산불 이후 소상공인들은 일도 못 하고, 철거도 못 하는 상황이다. 생활비를 걱정할 정도로 너무 힘들다”며 “정부가 서둘러 성금 배분 관련 대책을 마련해 하루빨리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4월 4일부터 6일까지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등 5개 시·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림 2832㏊와 주택 553채를 태웠다. 128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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