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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헌신하던 박지성, 전진하는 손흥민, 새 캐릭터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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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이강인 선수가 슛을 날리고 있다. 대표팀이 에콰도르를 제압하면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와 오는 16일 우치에서 결승전을 펼친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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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린(폴란드)=뉴스1) 임성일 기자 = 2000년대 이후 지금껏 한국 축구는 2명의 확실한 에이스와 함께 했다. 대략 감이 잡힐 것이다. 한 명은 박지성이고 또 다른 이는 손흥민이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황선홍-홍명보 H-H 콤비가 2002 월드컵 이후 은퇴를 선언한 시점과 맞물려 그 이후는 박지성의 시대였다. 스승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호출로 네덜란드리그(아인트호벤)에 진출하며 유럽 무대를 밟은 박지성은 2005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며 한국 축구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박지성이 은퇴한 뒤로는 배턴이 손흥민에게 넘어갔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레버쿠젠에서 내공을 쌓은 손흥민은 박지성이 축구종가를 밟은 때로부터 10년 뒤인 2015년 런던을 연고로 하는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해 잉글랜드 무대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활약하는 등 톱클래스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국가대표로서의 존재감도 비슷했다. 박지성은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던 2011년 아시안컵 때까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현재의 아이콘 손흥민 역시 그가 없는 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나란히 팔에 완장을 감고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도 공통분모다.

플레이 스타일은 달랐다. 박지성은 '산소탱크' '두개의 심장'이라는 수식에서 알 수 있듯 방대한 활동량을 앞세워 높은 기여도를 자랑했다. 황선홍 감독은 "박지성은, 저기에서는 더 못 달릴 것이라 생각하는 지점에서도 한 발을 더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빠른 발을 앞세운 거침없는 드리블과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슈팅 능력을 갖췄다. 공격적인 공격수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은 한국 선수들 중으로는 드물게 상대에게 달려드는 스타일"이라 칭찬한 바 있다.

과거의 에이스와 현재 에이스의 스타일은 달랐으나 공히 '수준이 다른 레벨'이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과거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 기대되는 큰 재능이 팬들 앞에 나타났다.

잘 자라서 박지성이나 손흥민과 같은 레벨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가능성은 확인됐다.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진출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운 정정용호의 '막내 형' 이강인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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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이강인 선수가 상대 선수에 맞고 빠지는 볼을 바라보고 있다. 대표팀이 에콰도르를 제압하면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와 오는 16일 우치에서 결승전을 펼친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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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문으로만 접하던 이강인의 실제 플레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의 첫 무대와 다름없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수준급 클럽으로 평가되는 발렌시아가 꽤 애지중지하는 것으로 볼 때 잠재력은 느껴지나 워낙 출전 빈도가 적고 나선다 해도 시간이 감질맛 나는 수준이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정정용호의 행보가 계속 이어지면서 이강인의 플레이도 실컷 볼 수 있었는데, 충분히 잘했다. 정정용호가 남자 축구역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진출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에콰도르전에서도 이강인은 군계일학이었다.

연령별 대회이기는 하지만 또래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플레이가 나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던 낮은 중심, 두 발의 반경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 공의 위치, 동료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방해하지 않는 패스 등에서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졌다. 특히 왼발은 환상적이라는 찬사도 아깝지 않았다.

앞서 소개한 에이스들과는 유사점도 보이나 한편으로는 차이점이 느껴진다. 새로운 캐릭터다. 손흥민처럼 공격적이기는 하되 손흥민 같은 스프린터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좁은 공간에서의 간수 능력도 갖췄다. 해결사 본능을 갖췄다는 것은 손흥민과 비슷한 궤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결정적 순간에 터진 그의 공격포인트가 없었다면 정정용호의 결승 진출은 불가능했다.

팀에서 이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격수라면 어느 정도 수비적인 부담은 덜게 마련인데 이강인은 팀 플레이에도 능하다. 워낙 공격력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빛이 덜하지만 공격형MF 중에서 이강인 정도의 수비력을 갖춘 선수도 드물다. 마치 박지성이 그렇듯, 팀을 위해 방대하게 움직이며 헌신하는 모습도 보이니 감독이나 동료 입장에서 든든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지켜본 이강인의 플레이는, TV 브라운관에서 접하던 것과는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진짜 재능'이 등장한 느낌이다. 박지성처럼 손흥민처럼, 미래의 에이스가 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캐릭터는 새롭다. 한국 축구에 또 다른 축복이 떨어졌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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