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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스 앤 팩트]아시아나항공, 결국 분리매각?…카드 쥔 박찬구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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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식과 관련해 통매각보다는 분리매각 방식이 사실상 실효성이 높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통매각 방식은 인수대금 부담이 큰 만큼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SK, 한화, CJ, 롯데, 신세계 등 주요 그룹들은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유일하게 애경그룹만 인수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7조원이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떠안기에는 자금 조달 여력이 없어 협력자를 구해 연합하는 방식의 인수가 유력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결정적 카드를 쥔 핵심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박찬구 회장의 움직임 향방이 분리매각일지 통매각일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가 애경과 연합한다면 일괄 인수를 추진할 것이고, 연합하지 않는다면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혹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를 따로 가져가는 수준에서 만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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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금호석유화학의 총수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1.98%(2459만3400주)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이기도 하다. 그가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는 그간 형제의 난을 이어오며 2대주주로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미비한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등 문제로 형인 박삼구 회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은 이래 2010년 본래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계열사로 있던 금호석유화학을 계열분리한 후 2015년부터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라는 별도의 그룹으로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해왔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의 골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을 두고서도 마찰이 이어졌다. 그중 하나가 역할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2대주주로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관망만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막이 오른 시점부터는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유력 인수 후보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실제 박찬구 회장도 지난 4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 중 한 곳이 전략적 차원에서 함께 손을 잡자고 제안할 경우) 요청이 들어온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박찬구 회장이 인수할 때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와의 시너지까지 모두 고려해 일괄로 인수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동생의 힘을 얻어 다시 아시아나를 되찾는 구도처럼 비춰질 수 있어 외부 비판 여론도 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은 나왔지만 여전히 박삼구 전 회장은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추측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인 만큼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연합해 인수할 경우 박삼구 회장에게 워크아웃을 통해 이들 기업을 정상화한 뒤 경영권을 되돌려 주는 바이백 옵션을 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통매각 방식은 비용 효율적인 측면에서나 대기업 특혜 시비 등을 이유로 분리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IT 자회사 아시아나IDT가 중국 법인을 청산한 것도 분리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 중 하나다.

특히 인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이 박삼구 회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온 전력이 있어 통매각 방침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시각이 많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공식석상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 대주주 지분 감자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박삼구 회장 입장을 옹호한 바 있다. 산업은행의 일괄 매각 방침은 경쟁력을 갖춘 건실한 기업의 항공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으며 향후 공정위 제제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면서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경우에도 투자를 확충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인프라에 의존해 운영하다가 안전관리 및 정비측면에서 부실함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분리매각이 성사될 경우 항공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건전하게 경쟁하는 LCC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자업계(IB) 한 관계자는 “매각방향은 산업은행의 의지에 달려있다”면서 “분리매각 방식이 보다 인수주체가 뚜렷하게 구분되므로 인수가 좀더 수월해질 것이다. 기존 통매각을 하더라도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LCC 2곳을 모두 통합해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며, 애매모호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새로운 포지셔닝을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따로 가져가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 매력도로 보아서는 부채규모가 많은 아시아나항공보다는 LCC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위기에서도 지분을 팔지 않고 유지하는 모습을 볼때 인수에 욕심을 내는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분리매각하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가 훨씬 좋아질 것이지만 박찬구 회장 입장에서는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고려해 통매각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공식적으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처음에 아시아나항공과 논의를 통해 통매각을 하겠다고 결정했고, 지금도 비슷한 입장”이라면서 “만약 자회사를 분리해야할 경우 인수 후보자와 협의해서 정할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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