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증거보전 신청을 법원에 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유정의 변호인은 지난 10일 제주지방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해 이날 오후 심문기일이 예정돼 있다.

증거보전 제도는 소송 전 재판에서 증거가 없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 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있을 때 신청한다.

고유정 측은 범행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오른손을 우발적 범행의 증거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지난 1일 긴급체포됐을 때부터 오른손에 흰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는 경찰에 줄곧 전 남편 A씨(36)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방어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고유정의 이러한 주장을 허위진술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가 지난달 10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 등 범행 수법을 찾아보고, 범행 직전에는 흉기와 청소도구를 사는 등을 미루어 보아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피해자 A씨의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된 점도 근거가 됐다.

지난 12일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지검은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4명으로 수사팀을 꾸려 고유정의 범행동기와 범행수법 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한 뒤 고유정을 기소할 예정이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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