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고유정(36)에 대해 검찰이 전담팀을 꾸렸다. 기소는 늦어도 이달 중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고씨의 구속 만료 기한이 오는 21일까지인데, 수사가 더 필요해 연장 신청을 하더라도 다음달 1일까지는 기소를 해야해서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3일 “고유정의 범행 동기와 방법 등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유정의 범행동기 등을 경찰 조사에서 제대로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고유정이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찔러 살해했을 것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정확한 과정은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은 형사 1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총 4명의 검사를 투입한다. 고유정이 범행 전에 휴대전화 등으로 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하고 제주에 오기 전날인 지난달 17일 충북 지역 병원·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이 들어있는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한 점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피해자 혈흔 재감정 결과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만큼 고유정이 고의로 투약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한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감기 등 증세로 약 처방을 받았으나 약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 조사에서 고유정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이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계획범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유정측은 범행 과정에서 다친 오른손을 우발적 범행의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고유정은 지난 1일 긴급체포됐을 당시부터 오른손에 흰붕대를 감고 있었다. 지난 10일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법원에 ‘오른손’과 관련된 증거보전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거보전이란 소송 전 재판에서 증거가 없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 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있을 때 신청하는 제도다.

그러나 고유정의 이같은 주장은 허위진술이라는 게 검찰과 경찰의 판단이다. 정당방위가 아닌 범행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 등 범행 수법을 검색했고 범행 사흘전인 5월 22일에는 흉기 한점과 표백제 등의 청소도구를 구입하는 등 대부분의 증거가 계획범행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또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돼 건장한 체격의 전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여 몽롱한 상태일 때 흉기로 찔렀다는 분석이다.

고씨는 지난 25일 저녁 강씨를 살해했다. 이후 27일 오전 11시 30분 펜션을 나올 때까지 강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28일 오후 9시 30분부터 7분간 완도행 여객선에서 시신의 일부를 바다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달 29일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명의 아파트에 도착한 고씨는 이날 오전 4시부터 5시 31분까지 집에 있던 예리한 도구를 이용해 시신을 2차로 훼손하고, 이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이틀 뒤인 31일 오전 3시 13분부터 21분 사이 분리 수거장에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과 전남편 강씨는 이혼 후에도 아들의 양육 문제를 둘러싸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육권이 있는 고씨가 강씨와 아들의 만남을 막자 강씨가 법원에 면접 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 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범행일인 5월 25일이었다.

제주·청주=최충일·김준희·최종권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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