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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경찰, ‘밀양 송전탑’ 과잉진압 인권침해…‘윗선’ 개입 못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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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 “칼·절단기 쓰고 불법사찰” 청장 사과 권고

한전은 정보 안 줘…대책위 “민형사상 책임 못 가려 유감”

경향신문

심사 결과 설명하는 조사위원장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유남영 위원장(가운데)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의 조사 및 심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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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년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 당시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불법 사찰로 주민 인권을 침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경찰청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13일 “2014년 6월11일 밀양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이 과도한 경찰력을 투입해 움막에 사람들이 있는 데도 천막을 찢고 자른 후 밀고 들어와 목에 매고 있던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어내는 등 농성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칼, 절단기 등을 사용했다”며 “옷을 벗은 고령의 여성 주민들이 남성 경찰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오는 일이 발생하는 등 진압 과정에서 인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보 경찰이 업무 범위를 벗어나 주민들을 일상적으로 채증하고 불법사찰·특별관리한 정황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불법행위가 발생하기도 전에 특정 주민의 이름과 나이, 처벌전력을 파악하여 이들을 검거대상으로 분류한 후 전담 체포·호송조를 별도로 편성하여 마을별로 배치했다”고 했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의 대응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 제2항에 의거한 필요최소한의 원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 및 경찰법 제4조에 공정·중립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사업의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에게 사업추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조사위는 “2005년 8월 한전의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밀양 주민은 단장면 50명, 상동면 38명, 부북면 10명, 청도면 28명 총 126명으로,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5개 면의 인구 2만1069명 중 0.6%에 불과했다”며 “청도의 경우도 주민들 다수는 2011년까지 환경영향평가 및 주민공청회가 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장에게 인권 침해 사실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주민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공공정책 추진 때 시민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경찰력 투입 요건과 절차에 대한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정보 경찰의 업무·역할 통제 방안도 만들라고 했다. 정부에는 주민들의 재산적 피해와 정신적·신체적 건강 피해 실태 조사와 치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밀양·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 송전탑 건설 강행과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한 폭력 진압, 주민 사찰과 감시, 통행 제한, 채증, 주민 매수 등의 실상이 최초로 공식 인정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송전탑 건설 강행 이유와 배후·윗선을 밝히지 못한 점, 민형사상 책임을 가리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했다.

고희진·김정훈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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