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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인터뷰]조수현 "무대 영상디자이너, 공연 전문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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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리스’ 영상 주역

뉴시스

조수현 영상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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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상이 돋보이기보다 작품의 완성도가 좋으면 더 만족해요.”

조수현(38) 영상디자이너는 과유불급의 미학을 안다. 아무리 좋은 영상디자인이라고 할지라도, 특정 장면에서 과하게 사용되거나 작품의 연출 의도와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말이다.

“무대 위에서는 다양한 요소가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해요. 중요한 정보가 배우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다른 파트까지 과하게 덤벼들면 정보의 과잉이 생깁니다. 관객들이 어떤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나, 헷갈릴 수 있는 거죠. 정보의 양이 신마다 어떻게 흘러가는지 체크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신춘수(51) 오디컴퍼니 대표가 올해 ‘올 뉴(All New)’라는 수식으로 뮤지컬 ‘그리스’를 새로 선보이면서 조 디자이너에게 영상을 맡긴 이유다.

19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그리스’는 2003년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수차례 공연했다. 스테디셀러지만, 옛날 뮤지컬이라는 인식이 짙었다.

8월11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그리스’에서 조 디자이너의 LED 영상은 ‘뉴트로 감성’을 내세운 이번 작품의 선봉에 서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동차 경주 장면에서 실제 앞에서 관람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등 입체감이 획기적인 영상이 나왔다.

특히 ‘투명 LED를 활용한 홀로그램 효과’가 극에 달한다. 조 디자이너는 “기존에 사용한 제품보다 해상도가 2배 이상 높은데다, 뒤까지 뚫려 보이는 기종을 사용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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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디자이너는 서울예대 무대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정승호(52) 무대디자이너 제자다. 덕분에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에 깔려 있다. 대학을 종합한 뒤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로 유학을 떠났다. ‘칼아츠’로 유명한 예술명문인 이 학교 대학원에서 영상을 공부했다.

테마파크에서 3D 놀이기구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영상으로 학교, 도로, 빌딩 등 도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면서 ‘그리스 월드’가 구현된 것도 조 디자이너의 테마파크 관련 아이디어가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운명 같은 제안이 들어왔다. 공연계에서 ‘시각효과의 승리’로 불리는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뉴욕에서 본 뒤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공연을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몇주가 지나 ‘한밤개’ 한국 라이선스 초연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정승호 디자이너가 그에게 영상 디자인을 제안했다. 심장이 다시 두그거린 조 디자이너는 하고 있던 인턴십을 잠시 그만두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 뮤지컬 ’헤드윅‘ ’알타보이즈‘ ’곤 투마로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의 뮤지컬 작업을 통해 국내 손꼽히는 영상 디자이너가 됐다.

미국에서 함께 인터십을 했던 친구들은 유니버설, 워너 브라더스 등에서 아트디렉터로 활약 중이다. “일부 아쉬운 마음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공연을 신병처럼 앓은 이후에는 어쩔 수 없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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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리스'


영상이 공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구실도 커지고 있지만 아날로그의 보루처럼 남아 있는 무대에서 영상을 다른 요소만큼 아직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아직은 디지털적인 것을 차갑게 대한다. 이에 따라 투자도 덜하다.

하지만 조 디자이너는 무대에서 영상 사용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마주해야 하는 관객들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30초만 주변을 둘러봐도 알 수 있어요. 다들 ’움직이는 미디어‘인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요. 영상, 비디오가 친숙해지는 세대인 거죠. 이런 세대들이 무대에서 영상을 마주하게 되면 반갑게 느낄 겁니다.”

서울예대에서 영상 디자인을 가르치는 중이기도 한 조 디자인은 ’좋은 무대 영상디자이너‘의 조건을 묻자 ’영상 전문가가 아닌 공연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에만 집중하면 배우, 작품을 간과하는 경우가 생겨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현란한 테크닉이 아니라, 작품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죠.”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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