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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메시 이후 처음…18세 골든볼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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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우승 내주고도 세계 축구사에 이름 새겨

꼬마 슛돌이서 세계 샛별로

한국 남자축구 역사 새로 써



경향신문

우크라이나 선수들 박수 받으며 ‘골든볼’ 시상대로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이강인(왼쪽 아래)이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을 마친 후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골든볼 시상대로 가고 있다. 우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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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적이었다. 정상 문턱에서 그만 넘어졌으니 시상식은 남의 잔치라고 생각했다. 경기 막바지 코너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두 눈을 질끈 감았던 그의 심정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알려준 소식 하나로 경기장 소음은 순식간에 최고조에 달했다. 입을 쭉 내민 채 터벅터벅 걷는 빨간색 유니폼의 어린 소년에게 파란색 옷의 적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팬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환호했다.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이강인(18·발렌시아)이 14년 전 리오넬 메시(32·바르셀로나)처럼 만 18세 나이로 ‘골든볼(MVP)’을 수상하는 순간이었다. 이강인은 “형들 덕에 좋은 상을 받았다.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받은 상”이라며 풋풋한 미소를 지었다.

이강인은 골든볼 수상으로 한국 남자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축구계에서 변방 취급을 받는 한국에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50)가 받은 브론즈볼이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아시아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도 2003년 자국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이스마일 마타르(36·알 와흐다)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이강인의 이번 수상이 놀라운 것은 팀이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역전패하고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실력을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이강인이 우크라이나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과 32도가 넘는 더위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 FIFA 기술위원회의 마음을 훔쳤다. 끝까지 잘 싸운 한국 대표팀은 슈팅 숫자 15-10으로 앞서고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상대가 긴장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 팀 최다 공격포인트, 형 같은 막내 리더십

이강인 골든볼

경향신문

2007년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전해 축구 솜씨를 뽐내던 여섯 살배기 꼬마 슛돌이가 세계 축구 샛별 잔치의 최고 스타가 됐다. 가장 어리지만 실력과 리더십을 겸비해 ‘막내형’으로 불리는 그는 탄탄한 기본기와 절묘한 킥으로 한국을 넘어 유럽에서도 통할 에이스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강인(사진)의 활약상은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이강인은 우크라이나전 전반 5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포함해 2골·4도움으로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오세훈은 “강인이의 헌신을 생각하면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주저 없이 칭찬했다.

이강인의 애국심은 그의 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온 가족과 함께 어린 나이에 떠난 스페인에서 성장기를 보냈지만 조국을 향한 애정은 변함없다. 이강인의 정강이 보호대와 축구화에는 가족이 직접 그려준 태극마크가 선명하다. 경기가 열릴 때면 누구보다 더 큰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른다.

이강인은 이번 골든볼 수상을 계기로 성인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해 여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1군 계약을 체결한 그는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는 나의 집”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지만 네덜란드 아약스와 스페인 레반테 등에서 영입 제안을 받으면서 올여름 새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렌시아가 이날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출전 시간이 화두가 돼 팬들의 비난을 받은 배경이다. 이강인은 “월드컵이 끝났으니 푹 쉬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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