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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농협, 우선협상자까지 정한 ‘통신망 고도화’…화웨이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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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장비 쓰는 KT 선정…미국 제재 동참 요구에 본계약 차일피일

사업사 변경 전망에 농협 측 “KT, 협상 대상자 지위 상실할 이유 없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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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월 서비스 개시 예정으로 1300억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되는 농협의 통신망 고도화 사업이 안갯속이다. 지난해 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파트너로 선택한 K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본계약 체결이 난항에 빠지면서다. 농협은 KT 아현국사 화재사고에 이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하자 최악의 경우 사업자 변경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16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 업무 데이터 증가에 따른 영업점 통신환경 대응과 타행 대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간 262억원씩 5년간 총 1310억원을 투입해 ‘영업점 전용회선 통신망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은행 지점과 농·축협 본소는 기존 10Mbps의 전송속도를 20Mbps로, 은행 출장소와 농·축협 지소는 5Mbps의 전송속도를 10Mbps로 상향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1월 농협은 통신망 고도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KT를 선정했다. KT는 농협 평가위원회의 채점 결과 100점 만점에 93.35점을 획득했다. 80.59점을 받은 SK브로드밴드와 80.33점을 받은 LG유플러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전송·통신 장비 구축방안 등이 담긴 구축기술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는 기술평가점수와 함께 가격평가점수도 고려됐는데, 화웨이를 파트너로 채택한 KT의 제안서가 타사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은 셈이기도 하다.

농협은 당초 지난해 12월 KT와 본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다가 그해 11월 말 KT 아현국사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일정을 지연시켰다. 농협은 “KT 아현국사 화재 발생에 따른 정부 차원의 통신망 이중화 입법 움직임 등 사업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농협의 영업점 통신망 체계에 다각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 미국이 동맹국들을 상대로 화웨이 제재 동참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사업자 선정에 또 한 차례 차질이 빚어졌다. KT가 통신망 고도화 사업에 투입하는 전송장비로 화웨이 제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농협에 통신회선을 제공해온 KT는 그간 핀란드 노키아 제품을 써오다가 이번 사업을 계기로 파트너를 화웨이로 변경했는데 이 부분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농협이 서비스 시행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숙고에 들어가면서 다른 회사로 사업권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농협은 “현재까지 KT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할 사유는 없으며 농협 영업점 통신망 체계 검토가 완료되면 계약 여부 등을 결정해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농협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상황의 호전 가능성이 있는지 지켜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반대로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의 제재에도 화웨이 제품을 쓰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1일 미국의 동맹인 필리핀이 화웨이를 5세대(G) 이동통신 구축 과정에서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8일 해밀턴 모우라우 브라질 부통령도 “화웨이의 선진기술을 되도록 빨리 받아들이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6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리의 관점은 화웨이나 다른 어떤 기업을 금지하는 것이 아닌 국가 안보와 유럽 주권을 수호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제재 동참 요구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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