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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취재파일] '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전'에 성공한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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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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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수면 올라온 다음 날. 사고 현장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했습니다. 사고가 있었던 그 날과는 달리 물살도 잔잔했습니다. 비가 몰아치던 그 날과는 달리 햇살도 야속하리만큼 따가웠습니다. 운항이 중단됐던 유람선들도 어디선가 나타나 관광객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사고 수역 바로 앞 강변에 대기하던 취재진도 모두 철수한 그곳에서. 한국인 몇 명이 오열하며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인양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가족이리라 추측만 했습니다.

마침 그 날은 헝가리 내무부에서 인양 후 한-헝가리 당국의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현장을 취재했던 저는 내무부로 가기 위해 사고 현장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내무부 건물은 사고 현장에서 불과 4~5㎞ 정도 떨어진 부다페스트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분위기는 그 전 수차례 기자회견과는 달리 뜻 밖으로 밝았습니다. 흔한 리셉션 장소처럼 다과와 음료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에 나선 야노쉬 허이두 헝가리 대테러청장과 송순근 주헝가리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의 발언도 예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은 인양에 도움을 준 헝가리 국내외 단체와 국가에 감사의 뜻을 밝히는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허이두 청장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말도 했습니다. 인양 후에는 모든 것이 헝가리 경찰청으로 이관될 것이라는 말도 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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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이 주목받은 이유

허블레아니호 인양은 말 그대로 '작전'이었습니다. '작전'이란 표현은 현역 육군 대령인 송순근 무관이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현장을 지휘한 송 무관은 작전 중에는 휴일도 없고, 작전 중에는 기자와 식사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작전 준비는 험난했습니다. 당초 '작전 개시일'은 6월 6일이었습니다. 인양 준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D-DAY는 9일로, 11일로 두 차례나 미뤄졌습니다. 준비 작업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준비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도 파이프', '유도 와이어', '본 와이어' 등 생소한 용어도 쏟아졌습니다. 준비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부 국내 언론의 어설픈 기사 역시 쏟아졌습니다. 작전 개시일이 계속 미뤄지면서 우리와 헝가리 측의 갈등설을 제기하는 일부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현장을 지휘한 송 무관을 보름 동안 곁에서 지켜본 바, 헝가리 당국과 우리의 갈등은 없었다고 확신합니다.

이유야 어쨌든, 인양 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와 헝가리의 이견이 있었는지 등은 모두 '작전'이 언제 개시되느냐에 대해 그만큼 국내 언론의 관심이 높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허블레아니호가 인양되기만 하면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한시라도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이역만리 타국까지 날아와 뜬 눈으로 밤을 보내는 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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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이 끝난 뒤 남은 씁쓸함

11일 오전. 그 '작전'은 시작됐습니다.
작전 개시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선체 가장 윗부분 조타실이 물 위로 나왔습니다. 어려웠던 준비 과정에 비하면 인양은 속전속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조타실에 있던 선장의 시신이 수습됐습니다. 뒤이어 조타실 뒤 선실 입구에서 한국인 세 분의 시신도 발견됐습니다.

6살 아이는 할머니 품에 안긴 채, 할머니는 손녀를 꼭 끌어안고 누워있었습니다. 그 후 선체 파손 우려로 또 하나의 와이어를 감아 배를 들어 올린 뒤 구조팀이 객실 안을 살펴하지만 남은 실종자 4명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양된 배는 사고 장소에서 10㎞ 정도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고 사건을 넘겨받은 헝가리 경찰청은 취재진의 접근도 막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있던 크레인선 '클라크 아담'호와 바지선 두 척도 차례로 현장을 떠났습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들을 남긴 채, 사고 현장은 빠르게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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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은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작전 과정을 헝가리 대테러청이 제공하는 실시간 화면을 통해 어딘가에서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7시간의 작전이 그렇게 끝나버린 뒤 가족을 찾지 못한 그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배만 건져 올리면 차갑게 변해버린 모습이라도 찾을 수 있을 거란 일말의 기대조차 사라져버린 그 마음을.

'작전'은 아직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남은 실종자의 가족들은 부다페스트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전의 목표는 배만 건져 올려 부다페스트 한복판에 사고 흔적을 없애 평소처럼 유람선과 크루즈선을 떠다니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모두 찾은 뒤 이 '작전'이 끝나야 합니다.

인양 하루 뒤 다뉴브강 수색 과정에서 실종자 중 한 명이 사고 수역에서 100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우리 정부가 헝가리와 지속적으로 공조해 남은 실종자 세 분이 모두 돌아올 때 비로소 작전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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