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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계 2위’ 어린 영웅들, 마지막까지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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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대표팀 ‘금의환향’]

인천공항·서울광장서 환영식

준우승만 두번 감독 헹가래 쳐주고

감독 이름으로 즉석 삼행시 짓기도

“‘정’말 훌륭하신, ‘정’정용 감독님, 사랑해‘용’”

정 감독 “백성이 있기에 임금이 있는 것

우리 선수들 있기에 제가 있는 것이다”

주장 황태현 “각자 소속팀에서 잘해

더 높은 곳에서 만나자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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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있어 백성이 있는 게 아니다. 백성이 있기에 임금이 있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있기에 (감독인) 제가 있는 것이다.”

정정용(50) 감독이 환영식에서 이런 말을 하자, 사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20살 이하 월드컵 준우승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성적을 낸 게 아니라, 우리 국민들과 함께 성적을 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영웅들이 금의환향한 17일, 인천공항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잇따라 열린 환영식에서 정 감독과 선수들은 유쾌한 입담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준우승만 두번 했다는 정 감독의 말에는 즉석에서 헹가래를 쳐주고, 그의 이름으로 삼행시까지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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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 입국 뒤 스탠딩 인터뷰에서 “한국 땅을 밟으니 실감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렇게 우리팀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신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은 못 했지만 긍정적으로 볼 때 우승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준우승 주역인 이강인(18·발렌시아)은 “처음에는 목표가 우승이라고 했는데,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좋은 추억이었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골든볼 수상과 관련해 “경기를 져서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 덕분이다. 이 상은 저만 받은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강인은 이어 “이제 한국에 왔으니 방학을 즐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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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황태현(20·안산 그리너스)은 “역사적인 일을 해낸 게 자랑스럽다”며 “각자 소속팀에서 잘해서 더 높은 곳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잇단 선방으로 ‘빛광연’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광연(20·강원FC)은 “출국하기 전에 ‘어게인 1983’을 이루고자 하는 믿음이 대표팀을 결승까지 진출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 “소속팀에서 데뷔하는 것”이라고 했다. K리그1 1년차인 이광연은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공항 환영식 뒤 21명의 선수들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PRIDE OF ASIA’(아시아의 자존심)라는 문구가 새겨진 검정색 반팔 상의를 입고 지상파 3사의 생중계 속에 팬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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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선수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질문을 받고 선수들이 이에 답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김정민(FC리퍼링)은 ‘이강인한테 어떤 매력이 있냐’고 묻자 “매사에 너무 귀여운 것 같다. 한국말이 어눌해 귀엽다”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강인은 ‘누나가 있는데 어떤 형들한테 소개시켜주겠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형들이) 다 이상해서 아무도 안 소개시켜주고 싶은데 (전)세진 형이나 (엄)원상 형한테 해주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에 대해 박지민(19·수원 삼성)은 “아무래도 극적인 골이 나오고, 비디오 판독(VAR)과 승부차기가 있었던 세네갈과의 경기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정정용 감독 이름의 삼행시에 대해 고재현(20·대구FC)은 “‘정’말 훌륭하신, ‘정’정용 감독님, 사랑해‘용’”이라고 답했다. 이상준(20·부산 아이파크)은 팀 버스 안에서 많이 들어 화제가 된 노래에 대해 “꿍따리 사바라인데, 지금이 2019년인지 2000년대 초반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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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다른 코칭스태프도 정 감독의 배려로 마이크를 잡았다. 공오균(45) 코치는 “2017년 때는 신태용 감독과 나갔다. 선수들이 이번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줬다”고 감사했다. 어릴 적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다는 인창수(47) 코치는 “죽음의 조에서 예선탈락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선수들이 아르헨티나를 이겨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대환(43) 골키퍼 코치는 “결과적으로 광연이가 잘해줘 감사하고, 한 경기도 못 뛴 선수(박지민, 최민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날 환영식은 “지금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다. 더 높은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할 테니, 지금보다 더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주장 황태현의 말로 막을 내렸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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