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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디토 페스티벌 12년, 역사로···"각자 다른 목표·희망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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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젊고 멋진 연주자들을 보고 있으니 클래식 음악의 미래가 밝을 것 같다는 희망이 듭니다.”

클래식음악, 특히 실내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젊은 음악 축제 ‘디토 페스티벌’이 12년 만에 유종의 미를 거둔다.

‘디토 페스티벌’ 음악감독인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1)은 17일 자신과 함께 한 후배 음악가들을 둘러보면서 “팬들은 슬플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고 매우 행복하고 좋다”며 미소지었다. 재키브, 쳉, 정환 김, 김한, 조지 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피날레 축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대니얼 정·유치엔 쳉, 첼리스트 제임스 정환 김,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 피아니스트 조지 리 등이 나온다.

2007년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와 용재 오닐이 ‘보다 즐거운 클래식, 클래식에의 공감’을 모토로 시작한 앙상블 디토는 2009년 디토 페스티벌로 발전했다.탄탄한 프로그램,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리는 스타들의 응집력 등으로 클래식계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2017년 10주년을 맞아 재도약했고, 지난해 수도권을 벗어나 경기 안산으로 페스티벌을 확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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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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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8~2009 예술의전당 유료관객 1위, 누적 100회를 넘는 국내 투어뿐 아니라 도쿄, 오사카, 상하이 등 해외 진출 성과도 거뒀다. 스타 연주자와 레퍼토리 개발, 클래식과 비주얼 퍼포먼스와의 협업, 전시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을 들었다.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고양아람누리에서 펼치는 2019 시즌 '매직 오브 디토'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용재 오닐은 지난 12일 고양아람누리,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자신의 음악적 멘토인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와 함께 한 ‘환상곡’으로 이번 페스티벌의 문을 열었다. 지적이고 섬세한 두 사람의 연주는 명불허전이었다.

앙상블 디토는 지난 시즌 레퍼토리를 하이라이트로 들려주는 '디토 연대기, 2007~2018'(19일 예술의전당·22일 고양아람누리)도 마련한다. 또 2017년 제72회 스위스제네바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지휘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최재혁의 작품도 소개(28일 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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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은 “디토 페스티벌의 세 파트 중 하나가 저의 곡으로 꾸며지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그의 곡은 총 3곡이 연주된다. 애초는 바이올린곡이지만 용재 오닐을 위해 비올라곡으로 편곡한 ‘셀프 인 마인드 1’, 제임스김을 위해 작곡한 ‘셀프 인 마인드 3’, 앙상블을 위한 ‘더스트 오브 라이트 포 앙상블’이다.

이번 마지막 축전에 처음 참여하는 연주자들도 있다. 조지 리와 제임스 김이다.

그동안 디토페스티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 왔다는 조지 리는 “작년에 시애틀에서 용재 오닐씨를 만났는데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서 수락했죠. 최재혁씨, 제임스 김과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제임스 김은 “10년 전 보스턴에서 조지 리와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돌아봤다.

오랫동안 디토를 지켜온 연주자들도 있다.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가 대표적으로 수필가 피천득(1910∼2007)의 외손자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는 2008년 앙상블 ‘디토’를 통해 국내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저의 20대 대부분이 디토와의 기억으로 돼 있다. 저의 절반은 한국인인만큼 한국에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정말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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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은 2012년 열여섯 살 때 객원으로 디토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객원으로 처음 참여하게 됐는데 그 느낌과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했다. 그해 연주한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이번 ‘디퍼런트 디토’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한다.

2017년부터 디토 정식 멤버가 된 김한은 “한층 더 성숙한 연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마지막 시즌을 함께 보낼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제가 나이로 디토의 막내인데, 형들에게 많이 배우고 편하게 느끼는 관계가 됐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두고 싶다”고 바랐다.

디토페스티벌 출범 당시 국내 실내악 환경은 척박했다. 이 페스티벌의 목적 중 하나는 대중에게 실내악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후 페스티벌의 부흥과 함께 여러 실내악단이 결성되고 관련 페스티벌도 여럿 생겼다. 한국 실내악 음악의 숨통을 틔워준 플랫폼인 셈이다.

돌연 용재 오닐은 10년 전 세계 정상급 현악 사중주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내한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자신이 그렇게 고대하던 공연이었는데 청중이 굉장히 적었던 것이 슬펐다. “당시와 비교해 에스메 콰르텟, 노부스 콰르텟 등 젊은 앙상블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한국 만의 특징이 아니기는 하지만요.”

그렇다면 왜 지금이 디토 페스티벌의 마지막일까.

“제게 음악은 삶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디토 페스티벌에 감사하죠. 이제 이 프로젝트의 끝을 알리는 것이지 뮤지션들의 은퇴 기자회견이 아니에요. 나름의 방식으로 다들 진화하고 바꿔나가고 있죠. 반복을 하는 기계가 아니죠. 각자 다른 목표와 희망을 추구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멈추는 것이에요.”(리처드 용재 오닐)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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