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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fn사설] “10년 뒤 삼성도 장담 못해” 이재용의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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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회의서 긴장 주문
미·중마찰 와중서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14일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과의 경영전략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지금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과 13일에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최고경영진을 연이어 만나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을 주문했다. 또 17일에는 삼성전기를 찾아 주요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직접 챙겼다.

이 부회장의 위기론은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중 통상전쟁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대내외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이른바 '화웨이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이로 인한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수출전선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또 1·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2%나 감소하는 등 심각한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세계 경기둔화 추세가 하반기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삼성이 위기론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년 전인 지난 201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앞만 보고 가자"며 10년 뒤 삼성을 대표할 제품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유로존에서 촉발한 금융위기로 세계적 경기침체가 우려되던 그 시기 글로벌 강자였던 모토롤라와 노키아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몰락한 반면 삼성은 살아남았다. 당시 삼성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위기를 강조하며 위기에 철저히 대비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위기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다만 위기극복은 기업 혼자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기업과 정부가 손발을 맞추지 않으면 이 난국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얼마 전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최근 경제지표 추세를 볼 때 2·4분기에 경기침체 국면에서 바닥을 치고 회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경기침체 장기화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내수침체와 수출절벽으로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에 두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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