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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7월 급식대란 오나…조리원들 삭발하고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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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열린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100인 집단 삭발식에서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을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올려달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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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조리원 등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100명이 청와대 앞에서 집단 삭발식을 진행하면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일부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되는 등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1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정규직화 약속을 이행하라"며 집단 삭발식을 했다. 이날 삭발식에서 급식조리원, 돌봄전담사 등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들 100명이 머리를 깎은 가운데 노조 조합원 300여 명이 기자회견과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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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삭발한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은 "문재인정부가 집권 당시 제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공약에 우리는 환호했지만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반드시 약속을 지키시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투쟁 결의로 삭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18일 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총파업을 선언한 뒤 다음달 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조리원, 조리사, 영양사 등 전국 급식 인력 약 7만명 중 5만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파업에 돌입하면 전국 1만여 개 학교가 급식 제공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학비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으로 양극화를 해소한다던 대통령 약속을 확실히 지켜달라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100인의 삭발은 유례가 없다. 올해가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 이행을 받아낼 수 있는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고 투쟁한다"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학비노조가 요구하는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이들은 우선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70% 수준인 학교 비정규직 임금을 80% 수준으로 올려 달라고 주장한다. 또 현행법상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학교 비정규직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와 여당이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즉각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노조에선 정규직 교육공무원 대비 비정규직(교육공무직)의 처우가 낮으니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미 장기 근속자에 대한 사기 진작을 위해 기본급 외에도 (근속연수에 따라 추가로 지급하는) 근속수당제도를 적용하고 있는데, 만약 기본급을 6% 이상 등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할 경우 인상률 폭이 공무원 인건비 기본급 인상률인 1.8%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아지게 된다"며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측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일선 학교에선 노조 소속 급식조리원들 눈치만 보고 있다. 서울 중구 소재 공립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 급식조리원 4명 모두 민주노총 조합원 소속"이라며 "지난주 파업 참여를 두고 자기들끼리 투표를 한 것으로 아는데 파업할 거냐고 먼저 물어보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파업을 한다면 학생 350여 명에 대한 급식 중단으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부모에게 도시락 준비를 요청하거나 단축수업, 간단한 간식 제공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파업이 현실화하면 대부분 학교가 단축수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용산구 소재 공립초등학교 관계자 또한 "파업이 진행된다면 급식 조리가 아예 불가능해 대체 식단 공급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교육당국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17년 파업 당시 서울시내 학교 20%가량이 급식 제공에 영향을 받았지만 올해는 40% 정도가 급식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업이 결정될 때를 대비해 빵이나 우유를 제공하거나 도시락을 싸오게 하는 등 부당노동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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