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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사설] 무사안일로 불신 키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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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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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인천 서구 등에서 19일째 이어지고 있는 ‘붉은 수돗물’ 사태에 사과했다. 지난 3일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이번에도 인천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만큼 명확하게 원인과 대책이 제시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박 시장의 사과가 18일로 예정된 환경부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알맹이도 없이 부랴부랴 내놓은 것은 아닌지 눈총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태 발생 초기에 비하면 겉으로 보이는 수돗물의 안전성은 많이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한눈에 식별할 수 있던 붉은색은 사라지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수기나 샤워기의 필터 색깔이 변하는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도 시민 2천여명이 16일 항의 집회를 여는 등 인천시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수돗물이 시민들에게 직접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비해 인천시의 초기 대처가 너무 안이했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시민 건강이 걸린 민감한 문제에서 행정당국의 일관성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인천시는 사태 초기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오는데도 ‘수질 기준을 충족하니 사용하라’고 했다가 불신을 자초했다. 또 붉은 수돗물이 영종도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가 한국수자원공사의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 뒤에야 이를 번복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대비해도 모자랄 판에 시민들의 불안감에 거푸 불을 질러놓고 자신들을 믿으라고만 하니 누가 시당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동안 이물질을 빼내기 위해 소화전 등으로 수돗물을 방류하던 인천시는 이제 관로 중간에 구멍을 뚫어 배출하겠다고 한다. 또 정수장과 배수장의 정화작업을 벌여 이달 하순까지 수질을 회복하겠다고 한다. 환경부 발표를 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자칫 ‘반성’과 ‘대책’ 사이의 간극만 넓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시행정에 돈을 들이느라 정작 시급한 부분을 놓치거나 소홀히 한다면 문제만 더욱 키울 뿐이다.

2013년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수돗물 음용 비율은 5.4%에 그쳤다. 일본(33%), 미국(56%)에 견줘 턱없이 낮은 형편이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불신 대상은 수돗물이 아니라 ‘수돗물 행정’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인천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책을 철저히 세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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