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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텅빈 대출 창구·소득증빙 애먹는 직원들···DSR 본격 도입에 긴장한 2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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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DSR 도입 첫날···저축銀 영업점 가보니

서울경제


#.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저축은행 영업창구는 월요일 오전임에도 한산했다. 이날 오전 내방 고객들은 대출 외 간단 업무로 들른 5팀이 전부였다. 이곳의 한 직원은 “대출 문의로 영업점을 찾은 고객은 한 명도 없다”며 “2금융권 DSR이 오늘부터 본격 도입됐기 때문에 한동안 대출을 위해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이 예전처럼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저축은행 창구에서는 한 직원이 노부부를 상대로 대출 상담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대출 상담의 주요 내용은 이들 부부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 증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주를 이뤘다. 상담을 마친 노부부는 “창구 직원이 대출에 필요한 서류들이 생겼다며 챙겨오라고 했다”며 “이전에 대출받을 때보다 필요한 것이 많아졌다는데 도통 무슨 말인 지 몰라 우선 적어 달라고 했다”며 필요서류가 적힌 종이를 들어 보였다.

17일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도입된 가운데 2금융권이 평균 DSR 관리를 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당장 서민 고객을 상대로 대출 진행이 어려워지지는 않았지만 이날부터 평균 DSR을 고려해 대출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인 서민들의 대출 요건이 종전보다 더욱 깐깐해진 만큼 대출 최전선인 영업점 창구 직원들의 경우 고객들에게 필요서류를 설명하는 업무가 부과된 상황이다.

저축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현재 111.5%인 DSR을 90%까지 낮춰야 한다. DSR은 차주의 대출한도를 심사할 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카드론·할부금 등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위험대출’로 분류되는 고DSR의 70% 초과 대출은 40%로, 90% 초과대출은 30%까지 줄여야 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LTV나 DTI처럼 개별 대출 건에 모두 제한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대출 건의 평균만 관리하면 되는 것”이라며 “시행 첫날부터 고객의 대출이 당장 막히진 않겠지만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평균 DSR 관리를 위해 예전보다 개별 대출 건에 대해 신중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지난 10월부터 적용된 DSR 시범운영 기간 동안 DSR 평균을 관리하기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함께 추정소득 시스템을 도입했다. 추정소득 시스템은 소득 증빙이 어려운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용평가사로부터 이들의 추정소득 데이터를 받아 대략적인 소득을 예상하는 것이다.

또 개별 저축은행들은 내부 경영방침을 새로 세우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실제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A저축은행의 경우 창구 직원들에게 소득증빙 등 서류 설명에 대한 가이드라인 지침을 전달했다. 스탁론 비중이 높은 B 저축은행 역시 스탁론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B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장 스탁론 비중을 줄일 수는 없고 2~3개월 정도 추이를 지켜본 후 DSR 관리지표에 맞춰 스탁론 비중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금융권에서 평균 DSR이 가장 높은 상호금융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상호금융은 현재 261.7%인 DSR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160%, 오는 2025년까지 80%까지 낮춰야 한다. 고DSR 비중의 경우 2020년까지 70% 초과대출은 50%, 90% 초과 대출 건에 대해서는 45%까지 줄여가야 한다.

이같은 2금융권의 긴장감에도 금융당국은 2금융권이 DSR 관리 기준을 이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30일 제2금융권 DSR 관리지표 도입방을 발표하며 2금융권이 차주들의 소득증빙만 제대로 해도 당국이 제시한 DSR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금융권의 차주의 금융이용 여건을 위축 시키지 않도록 DSR 관리 지표 설정했고 소득증빙만 제대로 이뤄져도 DSR은 줄어들 것”이라며 “각 업권에서 해당 기준이 무리라고 주장한다면 상황을 봐서 기준을 더 낮출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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