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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드라마 검블유, 외화 미스슬로운 없었으면 못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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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블유(왼쪽), 미스슬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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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검블유’는 ‘미스 슬로운’이 없었으면 나오지 못했다.”

tvN 수목극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는 영화 ‘미스 슬로운’(감독 존 매든·2016)과 같은 듯 다르다.

‘검블유’는 포털사이트 업계, ‘미스슬로운’은 로비업계로 배경부터 다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면 ‘뭐가 표절이야?’라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반 구성과 전개가 거의 같다. 캐릭터, 주요장면 등을 그대로 베낀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작가가 ‘‘미스 슬로운’을 감명 깊게 봤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청문회 오프닝

‘미스 슬로운’에서 모티브를 따온 장면이 ‘검블유’ 1·2회에 압축돼 나온다. 청문회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부터 닮았다. 1회에서 여주인공 임수정(40)은 “사람들의 하루는 검색어로 시작해 검색어로 끝이 난다”고 내레이션을 한다. 이후 포털사이트 ‘유니콘’의 본부장 ‘배타미’(임수정)가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이 등장한다. ‘주승태’(최진호) 의원과 검색어 순위 삭제에서 시작된 포털 규제 강화 이슈 관련 설전을 벌이고, 주 의원의 미성년자 성매매 정황을 파악해 폭로한다. 이와 함께 청문회 6개월 전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미스 슬로운’은 주인공인 로비스트 ‘엘리자베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이 청문회 전 변호사와 면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로비의 핵심은 통찰력”이라며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한 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승자는 상대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회심의 한 방을 상대보다 먼저 날려야 한다”고 말한다. 슬로운은 청문회에서 총기 규제 강화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 의원의 치부를 터뜨린다. 마찬가지로 청문회 3개월, 1주 전으로 돌아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보여준다.

‘검블유’는 김은숙 작가의 보조로 필력을 쌓은 권은솔(필명 권도은) 작가와 ‘미스터 션샤인’을 공동 연출한 정지현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2회 방송 후 포털사이트라는 신선한 소재와 중독성 강한 대사, 감각적인 연출 등으로 호평 받았다.

같은 드라마임에도 3·4회는 “급격히 재미가 떨어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시청률도 2~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대에 머물고 있다. 아무리 차용해도 러닝타임 132분짜리 영화를 16부작 드라마로 늘리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방송 관계자는 “‘검블유’는 기획 당시부터 극본이 재미있어서 기대를 많이 했다”며 “배우, PD 등도 제작발표회에서 ‘극본이 정말 재미있다’고 자신하지 않았느냐. ‘미스 슬로운’과 비슷한 점이 꽤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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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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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미 vs 슬로운

배타미는 포털업계 1위 유니콘 서비스의 전략 본부장이다. 이기는 것을 좋아하고, 이기는 데 자신 있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청문회 사건 후 해고 통보를 받은 배타미는 업계 2위 포털사이트 ‘바로’의 대표 ‘민홍주’(권해효)의 제안을 받고 이직한다. 팀원 ‘최봉기’(우지현)와 함께 유니콘 1층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조아라’(오아연)도 데려간다. 배타미는 ‘바로를 업계 1위에 올려놓겠다’며 승부욕을 드러낸다. 배타미는 게임 음악을 만드는 밀림사운드 대표이자 천재 작곡가 ‘박모건’과 로맨스를 그린다. ‘철권고수’인 배타미는 오락실에서 자신을 이긴 박모건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첫 만남에 바로 잠자리를 가진다. 하나둘씩 비밀도 털어놓는다.

슬로운은 미국 워싱턴DC 최고의 로비회사 소속 로비스트다. 뛰어난 통찰력과 천부적인 감각으로 승률 100%를 자랑한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청문회에서 폭탄선언을 한 후 회사를 그만둔다. 대표 ‘로돌포 슈미트’(마크 스트롱)의 제안을 받은 뒤 몇몇 팀원을 데리고 작은 로비회사로 이직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대권력에 맞서며 총기 규제 관련 ‘히튼-해리스’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울러 돈을 지불하고 만난 호스트와 관계를 맺고, 그에게 비밀도 공개한다.

이처럼 배타미와 슬로운은 닮은 구석이 많다. 슈퍼우먼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만큼, 드라마 기획 과정에서 ‘트렌드를 따라가서 유사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캐릭터 성격, 특정 장면, 반전 포인트가 되는 핵심 요소까지 비슷해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미스 슬로운’을 떠올렸다. 여기에 김은숙 작가표 중독성 강한 대사를 버무린 것은 차별화됐다. 상대역의 말꼬리를 잡거나 장난스럽게 받아치고, 말싸움에서 지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캐릭터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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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슬로운


◇그 외

이 밖에 회의 장면, 스파이 설정 등도 비슷하다. ‘검블유’ 1회에서 배타미는 회의에서 유니콘의 점유율이 0.5% 떨어진 것을 지적한다. 팀원인 최봉기가 업계 1위인만큼 점유율 0.5%가 떨어져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자, 여성 팀원 앞에 놓인 우유로 비유한다. ‘인터넷이 우유라고 생각해, 아니면 TV라고 생각해?’라고 물으며 인터넷의 특성을 강조한다.

‘미스 슬로운’에서 슬로운은 팀원에게 ‘소비세가 케이크랑 쿠키 둘 다 붙나?’라고 묻는다. 모르겠다고 하자, 수녀와 신부의 에피소드를 들며 “정확히 파악하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절호의 기회를 날릴 수 있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시청자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검블유’ 3회에서는 어김없이 스파이 소재가 등장했다. 배타미는 바로의 소셜 본부장 ‘차현’(이다희)이 유니콘 대표이사 ‘송가경’(전혜진)을 만나는 것을 목격, 스파이로 의심했다. ‘미스 슬로운’에서 슬로운은 자신의 팀원인 ‘신시아 그린’이 전 회사 상사 ‘팻 코너스’(마이클 스털버그)와 만나는 것을 보고 스파이임을 확인한다.

앞서 제작사 화앤담픽쳐스 관계자는 “인터넷상에서 ‘‘검블유’와 ‘미스 슬로운’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미스 슬로운’을 보지 못했다. 확인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영일(53) 평론가는 “‘검블유’는 ‘미스 슬로운’과 비슷한 점이 꽤 있다. 전도연 주연의 tvN 드라마 ‘굿 와이프’(2016)가 미국 CBS에 판권을 사 리메이크한 것과는 다르다. 경계가 절묘하지만, 여러 요소들이 유사해 작가와 PD 등 제작진이 강한 영향을 받아 차용한 것 같다”며 “‘미스 슬로운’은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지만,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했고 본 사람 자체도 많지 않다. 영화를 본다면 ‘검블유’와 비슷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작가가 ‘미스 슬로운’을 본 것은 분명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좋아하는 영화라서 모티브를 따왔고 ‘한국화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면 수긍이 가지만, 여기서 부정한다면 더 큰 의혹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할리우드 드라마·영화가 연상된다고 해도 딱히 표절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차용해 온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드라마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집단지성, 집단감성에 대해 제작진이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게 쿨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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