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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바보야,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냐”…소상공인이 진짜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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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퇴한 공익위원들을 대신해 새 위원들이 임명됐고, 새 위원장도 선출됐습니다. 진용을 새로 갖춘 최저임금위위원회는 이번 주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2020년 최저임금 논의 절차에 본격 착수합니다.

최저임금 논의 본격화에 맞춰 이해 당사자들도 저마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하는 이유, 최저임금이 오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 모두 저마다의 진실과 절박함들을 안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한 뻔한 '앓는 소리'라고만 치부해선 안 됩니다.

"소상공인의 87.6%가 인건비 부담... 근로자조차 일자리 불안 호소"

소상공인연합회는 17일 '2020년 최저임금 결정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소상공인들이)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최저임금 동결을 포함한 인상 논의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정부에 재차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소상공인 위기의 근원에 '최저임금 인상'이 있다는 게 연합회의 진단입니다. 연합회가 자체적으로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과 근로자 실태조사'를 해 봤더니, 소상공인의 87.6%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노동자조차 10명 중 6명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진단이 나왔다면 그에 맞는 치료가 뒤따라야 합니다. 연합회가 제안한 치료법은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였습니다. 이미 오른 최저임금을 되돌리기는 어려우니, 향후 소규모 업종만이라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라는 겁니다. 경총의 '업종별 차등화' 요구와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문제 인식은 비슷해 보입니다. 연합회는 또 소상공인 보호 대책 마련, 주휴수당 한시적 유예 등도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요구가 묵살된다면 지난해 8월 29일처럼 전국 소상공인이 다시 광화문에 모여 저항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더 감당하라는 것은 엄청난 고통, 하지만..."

비슷한 시각, 또 다른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방기홍 회장은 참여연대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올랐는데 그 이상을 감당하라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고 고역"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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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중소상인 역지사지 간담회 / 17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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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현실 인식에서 앞서 거론된 소상공인연합회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원인 진단과 처방은 정반대입니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방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저임금은 우리를 어렵게 하는 10여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백화점에서 구두가 하나 팔리면 업체가 수수료로 판매금액의 40%를, 실제 구두를 만든 사람은 10~15%를 가져가는 사례가 거론됐습니다. 소상공인들에게 대기업의 두 배 가까운 수수료를 물리는 카드사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불공정한 판매수수료나 카드수수료, 건물 임대료 문제 등이 근본 원인"인 만큼, "이런 문제들이 풀린다면 '최저임금 만 원'이 아니라 '만 5천 원'이라도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다소 감정적인 발언 같지만, 현실적인 계산도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방 회장은 "지난해 카드수수료가 내려가면서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는 있었지만, 매출 자체에는 변화가 없었다"며 "매출이 오르려면 결국 시장이 선순환할 근본 조치가 뒤따라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응답한 노동계 "감사... 관련 논의에 대기업 참석해야"

소상공인 단체가 내민 손에 노동계도 화답했습니다.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인상 찬성 입장을 밝혀주신 한상총련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며 "최저임금위원회의 회의에서 단순한 인상률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둘러싼 각종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노총 이성경 사무총장도 "을과 을의 전쟁이 아니라 대기업, 하청 등의 불공정거래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앞으로 관련 논의에 소상공인뿐 아니라 대기업 간부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듣고 대기업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앞으로 <99% 을들의 연대> 실천을 위해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지역 상품권, 제로페이 등 사용 촉진 ▲재벌유통업체의 무한출점 규제 동참 ▲불공정 수수료 개선 동참 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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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왼쪽), 상인(오른쪽) 모두 을(乙)의 처지로 고통받는다는 내용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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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구호가 된 '최저임금'... 당사자 목소리에 주목해야

물론 어떤 진단이, 어떤 처방이 옳은지는 누구도 알 수 없겠죠. 100명이면 100가지의 진단과 처방이 나올 겁니다. 다만 지난 2년 동안의 최저임금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이 손쉽게 공유했던 감정이 있다면, 그건 '피로감'일 겁니다. 최저임금 논의는 대화나 토론보다는 갈등과 분열로 치달았습니다. 어떤 '앓는 소리'와 불행은 여론전에 사용됐다가 쉽게 외면됐고, 마치 혼란 자체가 목적인 듯 부채질만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정치 구호, 정쟁 대상으로 오용되며 당사자들에게 적잖은 상처를 남겨 왔던 '최저임금 인상' 논의.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을(乙)들의 연대'는 의미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상처의 당사자들이 논의를 물꼬를 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물론 이제 막 싹을 틔운 정도라, 성과가 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갈등'만 부각됐던 최저임금 관련 논의에 미약하게나마 새로운 논의의 방향이 열렸다는 건,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일 겁니다.

최광호 기자 (pe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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