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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기꾼 전락한 투자천재···'청년버핏' 징역 10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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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수백억 자산가 돼 유명세 얻은 대구 박모씨

거짓으로 투자자 모집해 사적으로 쓴 혐의 구속 기소

17일 재판서 혐의 대부분 인정…내달 11일 1심 선고

중앙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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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주식에 투자해 수백억원 자산가가 돼 이른바 ‘청년 워런버핏’으로 불렸던 박모(33)씨. 그가 세상에 알려진 지 6년 만에 ‘사기 피고인’이 돼 재판정에 섰다.

17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는 박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재판을 진행했다. 박씨는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금으로 약 30억원을 받았지만 이를 기부에 쓰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상당한 거액의 피해를 받았고 대부분 변제받지 못했다”는 이유다.

앞서 지난 1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씨는 이날 검찰 신문에서 피해자 3명에게 받은 투자금 약 15억8000만원을 아직 변제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구형에 앞서 진행된 변호인 신문에서 박씨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투자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해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한 점, 박씨에 대한 과장된 언론 보도를 활용해 피해자들을 속인 점 등이다. 그러면서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중앙일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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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2013년 자신이 다니던 대학에 거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대 대학생 신분으로 수억원의 ‘통 큰’ 기부를 하는 청년에게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박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후 아르바이트로 모은 1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10년 만에 거액의 수익을 올려 ‘천재 투자가’란 별명을 얻었다. 주식으로 번 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등 꾸준히 이웃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청년 기부왕’이라는 명예도 차지했다.

박씨는 2013년 1억원 장학금 기부에 이어 2015년에도 재학 중인 대학에 4억5000만원(5년 약정)을 기부했다. 같은 해 7월엔 대학생 신분으로는 최초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듬해엔 미국 포브스지의 ‘2016 아시아 기부 영웅’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러 기관에서 강연도 했다. 2017년 하반기에 모교에 13억5000만원을 5년간 나눠 내기로 하는 등 기부는 계속됐다.

그러다 그의 투자 수익금이 과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를 부인하던 박씨는 “지금까지 번 돈이 14억원 정도”라면서 주식 수익 규모가 과장된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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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엔 한 투자자가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박씨를 고소한 A씨는 고소장을 통해 “2016년 30%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13억9000여만원을 박씨가 여러 차례에 나눠 받아가고 아직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17일 공판에서 “마음속에는 피해자들을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남은 삶을 피해자를 위해 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형을 치르고 난 뒤 피해 금액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1일 오전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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