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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사교육비 현실을 저와 함께 열어 보시겠어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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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의 UP데이터>영화 기생충으로 본 생활데이터③ 전체 학생 평균 10명 중 7명 사교육…심각성은 '소득별 격차' 저소득 사교육은 '인강' 수준…소득높을수록 참여율·지출액 ↑ 사교육이 계층격차 더 키워 악순환 심화...'공교육' 역할 중요 [비즈니스워치] 김보라 기자 bora5775@bizwatch.co.kr

"그 검은 상자를 저와 함께 열어보시겠어요, 어머니?"

영화 기생충에서 일리노이주립대 출신 미술심리치료사로 위장한 기정(박소담)은 그림을 보면 아들의 상태를 알 수 있다며 엄마 연교(조여정)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자식의 교육 앞에서는 연교도 평범한 학부모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운 반지하와 대저택 가족들이 만나게 된 건 과외라는 사교육시스템이었습니다. 물질적 여유가 있는 연교는 딸의 과외 선생님인 기우(최우식)가 마음에 들자 그 자리에서 현금을 세서 봉투에 넣어주고 아들의 미술교육을 위해 기정을 고용합니다.

정작 과외선생님으로 위장한 기우와 기정은 대학입시에 매번 실패하는 처지입니다. 단순히 반지하와 대저택이라는 물질적 풍요를 떠나 교육에서도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육 격차는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사교육비 통계를 통해 적나라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 3월 2018년 사교육비 통계가 발표되면서 사교육 참여율이 72.8%라는 수치가 공개됐습니다. 10명 중 7명은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전체 평균이 아닌 가구 소득별로 사교육 참여율을 보면 10명 중 7명이 사교육을 받는다는 통계는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은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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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소득 계층별로 보면 월 200만원 미만을 버는 가구의 52.7%가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월 200만원 미만 소득 가구의 학생 둘 중 하나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겁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소득이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월 200~300만원 미만(40.6%) ▲월 300~400만원 미만(29.3%) ▲월 400~500만원 미만(24.4%) ▲월 500~600만원 미만(20.9%) ▲월 600~700만원 미만(18.9%) ▲월 700만원 이상(16.2%) 순입니다.

소득이 낮은 가구의 학생들과 다르게 월 7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학생은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사교육비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07년부터 저소득층의 사교육 참여율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2007년 기준 사교육을 받지 않는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51.7%입니다. 이후 ▲2009년(54.8%) ▲2011년(57.5%) ▲2013년(61.7%) ▲2015년(62.4%) ▲2017년(56%)로 다소 오르고 내려가는 변화는 보이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 적은 없습니다.

이처럼 소득계층별로 사교육 현황을 보면 10명 중 7명이 사교육을 받는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무색해집니다.

소득 별 사교육비 지출에서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의 큰 차이가 보이는데요.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은 월평균 10만원 미만으로 사교육비를 지출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12.1%였습니다. 10~20만원 사이로 지출한다는 응답도 16.3%로 다수를 차지했는데요.

국어·수학·영어 등 과목당 학원비가 월 20만원을 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사교육은 사실상 학습지나 인터넷강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를 다수의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받는 등 적극적 형태의 사교육비 지출은 아닌 것이죠.

반면 7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사교육비로 월평균 70만원 이상 지출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3.4%로 가장 많았습니다. 50만원 이상 지출하는 비율까지 합산하면 고소득층의 40.5%가 매월 5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과 달리 고소득층은 적어도 주요과목 위주로 적극적인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만원 미만 소득 구간에서 월 70만이상 사교육비로 지출한다는 응답이 0.6%에 불과한 것도 저소득층의 사교육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저소득층일수록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비율은 줄고 사교육을 받는다 해도 지출금액이 고소득 계층과 비교해 상당히 적은 것이죠.

"주변 엄마들 보면 우리 애는 사교육 안 한다고 하는데 인강(인터넷강의), 학습지, 방과 후 학습은 다 하더라"(학부모 A씨)

"옛날과는 학습 난이도가 다르다. 극소수 제외하면 사교육 도움 없이 성적 나오기 힘들다"(학부모 B씨)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아이들은 진짜 극소수다. 중학교 가기도 전에 선행학습 하는 애들이 수두룩하다"(사교육 업계 종사자 C씨)

사교육비 통계는 사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오늘날의 현실은 통계 집계 이후 크게 변화한 것이 없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사교육 격차가 지속되는 것은 교육이 계층 격차를 해소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격차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교과서적이지만 다시 한번 공교육의 역할 강화를 외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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