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를 받는 고유정(36)이 살해 후 훼손·유기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추가로 발견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8일 “경기도 김포시의 소각장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물체 40여 점을 발견해 지난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물체는 모두 1~2cm 크기이며, 국과수 감정 결과까지는 2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 물체들은 지난 5일 발견된 뼈 추정 물체와 비슷하게 500~600도로 소각 처리된 후 발견됐다. 따라서 이 물체가 사람의 뼈라고 하더라도 유전자(DNA)가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과수 측의 설명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라면상자 3분의 1 크기의 사람 뼈로 추정되는 물체를 수거했지만, 국과수로부터 ‘불상의 동물 뼈’라는 답변을 받았다. 또 지난 14일 인천 재활용업체에서 2박스 분량의 사람 뼈 추정 물체를 수거해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이 김포와 인천에서 뼈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한 것 외에 시신과 관련된 증거는 추가로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수사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경찰은 고유정이 남편을 살해한 제주시 모 펜션과 경기도 김포시 주거지에서 수집한 머리카락도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유전자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경찰은 고유정이 훼손한 시신이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완도의 한 양식장 주변과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를 중심으로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고유정이 제주~완도 뱃길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8일부터 20일이 지난 상황이어서 발견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전남편 강모(36)씨의 유족들은 고유정과 강씨 사이에 낳은 아들의 친권을 찾아오기 위한 소송에 나섰다. 강씨 유족 측은 이날 오후 변호인을 통해 제주지법에 강모(5)군에 대한 친권상실 및 후견인선임 청구를 접수했다. 강군의 친권을 가지고 있는 고유정의 친권상실과 후견인으로 피해자 강씨의 동생을 지정하는 게 골자다. 현재 강군의 친권과 양육권은 2017년 이혼 당시 전 남편과의 조정을 통해 고유정이 갖고 있다.

아울러 사망한 강씨가 소유한 각종 특허권 등 재산에 대한 상속인이 현재 아들로 돼 있는 만큼 고유정이 친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게 유족 측의 입장이다. 유족과 변호인은 “친권자에게는 민법상 자녀 거소지정권, 징계권, 대리권까지 포괄적으로 인정돼 고유정 같이 잔혹한 패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친권을 상실시킬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저녁 제주시의 모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했다. 고유정과 전남편은 이혼 후에도 아들의 양육 문제를 놓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육권이 있는 고씨가 강씨와 아들의 만남을 막자 강씨가 법원에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 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범행 당일이었다.

한편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의자인 고유정을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열흘 만에 ‘공감’ 16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7일 16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18일 현재 16만7000여명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수일 내로 청와대의 공식 답변 기준인 공감 2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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