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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마이너 10년 설움… MLB 데뷔전서 기립박수 받은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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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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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는 거대한 바다를 두고 마주한 것과 같다. 메이저리그는 그 무대에 선다는 자체만으로도 부와 명예가 따라오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겨울에 생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런 마이너리그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 대개 야구를 포기하기 마련이다. 구단도 트리플A에서 오랜 기간 있는 선수들에게는 눈길을 잘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10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겨내고 기어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진 선수가 있어 화제다. 세인트루이스의 내야수 랑헬 라베로(27)가 그 주인공이다.

쿠바 출신인 라베로는 201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6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승격 속도가 특급 유망주처럼 빠른 것은 아니었다. 2010년 루키 리그에 발을 내딛은 라베로는 2014년에야 더블A로 승격했다. 2015년 트리플A로 올라갔지만 올해까지 계속 트리플A 무대에 머물렀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팀 사정상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화이트삭스, 오클랜드, 세인트루이스까지 팀을 옮겨 다녔다.

그렇게 10년간 마이너리그에서만 838경기에 뛴 라베로에게 기회가 왔다. 세인트루이스는 무노스가 경조 휴가 탓에 전열에서 이탈했고, 16일 급하게 라베로와 메이저리그 계약했다. 라베로는 18일 마이애미와 경기에 감격적인 MLB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라베로는 7회 2사 후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1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부시스타디움을 찾은 세인트루이스 팬들은 라베로의 사연을 알고 있었다. 라베로가 타석에 들어서자 하나둘씩 일어서 박수를 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라베로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채 팀 5-0 승리를 즐겼다.

라베로는 경기 후 “내가 기억하기에 아버지의 날에 가장 좋은 선물이었던 것 같다”고 웃으면서 “이런 날이 올 것이라 항상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나는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 있었지만 항상 이런 날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았다”고 감회를 드러냈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그는 오랜 기간 빅리그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했던 선수”라면서 “지난 2년 동안 우리의 조직에서 잘했고, 기회를 얻게 돼 반가웠다”고 칭찬했다.

라베로는 언제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지 모르는 신분이다. 조만간 저코가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하고, 무노스 또한 경조 휴가를 마치고 곧 돌아올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시간이 길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아직 나이가 많지 않은 라베로에게는 인생의 귀중한 전기가 될 법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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