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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년 새 9000마리 사라져…‘유해동물’ 딱지 뗀 한라산 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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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년간 제주서 포획 금지키로

밀렵·로드킬 … 개체 수 감소 원인

기후변화 등 고려 적정 수 재산정

“농가와 공생할 장기 해법 찾아야”

중앙일보

제주도는 최근 노루 개체 수가 줄자 6년만에 유해동물 지정을 해제했다. 사진은 한라산에서 제주시내 한 농장까지 내려온 노루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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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라산을 상징하던 동물에서 포획해야 할 대상이 됐던 ‘노루’가 6년 만에 유해동물이라는 멍에를 벗게 됐다.

제주도는 18일 “노루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후 개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노루의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한시적으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1년간 제주에서의 노루 포획이 금지된다. 앞서 제주도는 개체 수가 늘어난 노루 때문에 농작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자 2013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6년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노루가 유해동물에서 해제된 것은 최근 10년새 개체 수가 9000마리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에 서식 중인 노루는 3800마리로 적정 개체 수(6100마리)의 62.3% 수준이다. 제주 지역 노루는 유해동물로 지정된 2013년부터 개체 수가 크게 줄어 2015년 8000여 마리, 2016년 6200여 마리, 2017년 5700여 마리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추세가 이어질 경우 밀렵과 로드킬(차량사고)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노루의 경우 2000년대 이전까지만해도 개체 수 감소로 보호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루 개체 수가 감소한 주된 원인은 포획과 로드킬, 자연 감소 등으로 분석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루 7032마리가 포획됐다. 로드킬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부터 2012년에는 매년 140여 마리가 로드킬 당한 데 이어 2013년에는 330여 마리,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450여 마리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로드킬이 늘어난 데 대해 포획의 간접적인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발 400m 이하에 서식하던 노루들이 포획에 위협을 느껴 주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중산간 이하 지역에서는 무분별한 개발과 과거 초지대였던 목장용지가 다른 용도로 변경돼 서식환경이 악화한 것도 로드킬이 늘어나는 이유로 분석됐다.

아울러 어미를 잡으면 젖먹이 새끼들이 살 수 없는 점, 짝짓기 기간에 잡아 개체 수가 늘어날 기회를 줄인 점, 총에 맞거나 도망치다 다쳐 숲속에 들어가 죽어 수거가 안 된 노루가 많은 점 등도 개체 수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앞으로 노루 적정 개체 수 유지와 보호를 위해 개체 수 조사와 기후생물상 변화에 따른 적정 개체 수를 재산정할 계획이다. 또 차량 사고로 인한 로드킬이 빈번히 발생하는 5·16도로 구간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로드킬 차단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보다 정확한 노루 개체 수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지역별 노루 개체 수를 조사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에 따르면 봉개동의 노루 서식밀도가 ㎢당 11.28마리로 가장 높았다. 이어 조천읍(11.20마리), 구좌읍(10마리), 연동(9.61마리), 아라동(8.93마리), 애월읍(6.4마리), 한림읍(4.83마리) 순이었다. 또 노루들이 많이 서식하는 제주도 내 오름 368곳 중 110곳을 조사한 결과 오름 내 노루의 평균 서식밀도는 ㎢당 8.29마리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농가의 피해가 눈에 띄게 줄지 않는 등 노루 포획의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노루와 농가가 공생하는 장기적인 정책을 통해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에서 영구적으로 해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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