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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포털, 北공개처형·정치범 수용소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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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운영하는 북한 정보 포털의 인권 상황 분량 49장서 12장으로

대남 전략 분량도 21장서 6장으로, 비핵화 활동은 상세 업데이트

통일부가 지난해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 관련 정보를 소개한 포털 사이트에서 '북한 인권' '북한의 대남 전략' 등과 관련한 부분을 축소·삭제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반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단편적 조치는 지속적으로 소개했다. 북한이 싫어하는 정보는 감추고 '비핵화'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가 운영하는 '북한 정보 포털'은 지난해 4월 말까지만 해도 '북 인권 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원고지 약 49장 분량을 다뤘다. 그러나 지금은 약 12장으로 대폭 축소됐다. '공개 처형' '정치범 수용소' 등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전면 삭제됐다. 종전엔 "북한에서 생명을 유린하는 대표 행위는 공개 처형" "북한에서 일명 '수용소, 관리소'라고 지칭되는 정치범 수용소는 인권유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같은 문구가 담겼지만 모두 없어진 것이다.

북한의 '대남(對南) 전략'을 다룬 부분 역시 원고지 약 21장에서 6장으로, '군사 전략'을 다룬 부분은 약 13장에서 3.5장으로 크게 줄었다.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이나 '한반도 적화통일' 등을 소개한 부분 역시 삭제됐다. 북한의 대남 전략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 정작 통일부 포털 사이트에선 없어진 것이다. 앞서 통일부는 이 사이트에서 천안함 폭침(爆沈)과 연평도 포격 사건의 관련 인물로 적시됐던 북한 김영철 노동당 전 통일전선부장의 이름을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통일부는 판문점 선언 직후인 지난해 5월부터 이런 개편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반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선 꾸준히 내용을 추가하고 있다. '전략무기 개발' 소개 부분에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가 추가됐고, '미국과의 관계' 부분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시설물 일부 해제'가 포함됐다. 국제사회가 비핵화 조치로 평가하지 않는 내용까지 소개했다.

한편 통일부가 만든 '북한 인권 포털'은 작년 5월 이후 자료 추가 한 건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통일부는 2017년 "북한 인권 관련 자료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인권 포털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통일부가 이 사이트에 게재한 각종 참고 자료는 지난해 5월 '북한 인권 백서 2018'이 마지막이었다. 북한 인권 관련 언론 보도를 소개한 코너도 지난해 11월 게재된 기사가 가장 최신 글이다. '북한 정보 포털'엔 북한 비핵화 활동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북한 인권 포털' 운영은 사실상 중단한 것이다.

국책 연구 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발간하는 '북한 인권 백서 2019년판' 역시 계속 공개를 피하고 있다. 지난 7일 연구원 웹사이트에 잠시 게재했다 내린 뒤 다시 올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일연구원은 '교정 중'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 인권 단체들은 "북한 눈치를 보느라 못 올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선 범정부적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지적할 부분은 해야 한다"고 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정작 국민에게 알려야 할 부분은 숨기고 북한의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통일교육원에서 발간하는 '북한 이해'와 '통일 문제 이해'의 개정 내용에 따라 해당 분야 내용을 변경한 것"이라며 "북한 인권 부분과 대남 전략 부분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분야별 실상에 대해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이해를 도모한다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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