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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F현장] 눈 아픈 박병대, 재판 날에만 "병원 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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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측은 18일 6차 공판을 앞두고 안과 진료를 위해 변론분리 진행 요구를 신청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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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UBS파일 글자체, 크기까지 확인...증인신문 일정도 미뤄져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은화 기자] "박병대 전 대법관 측에서 오늘 (오후) 3시 30분 안과 진료 예약이 돼 있어 피고인 본인 출석이 어렵다며 변론 분리 진행 요구신청서를 접수했는데 (검찰은) 보셨냐?"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박남천 재판장은 18일 진행된 양승태 전 대법관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관련 6차 공판에서 검찰에 이같이 물었다.

검찰은 재판부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크게 반발했다. 박 전 대법관측이 지난 5일 공판을 하루 앞둔 4일에도 눈 수술을 이유로 기일변경을 신청한 이력이 있기도 하지만, 지금 공판 중 많은 시간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임종헌 USB파일 검증 작업 역시 박 전 대법관측의 이의 제기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주로 박 전 대법관측 변호인들이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문건 하나하나를 확인하겠다고 했고, 이제야 임종헌 UBS파일 중 15%가 검증됐다. 이 검증을 박 전 대법관측의 요구로 진행하고 있는데, 피고인은 불출석하고 변호인은 방청석에서 (재판을)보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박 전 대법관측의) 근거 없는 이의제기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박 전 대법관측 변호인은 재판 지연을 우려하는 검찰을 향해 "변호인으로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따지는 것은 당연한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는 검찰의 발언은 (재판부가 아닌) 이 법정에 앉아있는 기자들을 위한 말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측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박 전 대법관측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증절차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변론까지 분리하게 되면 또 그만큼의 소송절차가 지연된다"며 박 전 대법관도 지금처럼 나머지 피고인들과 함께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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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5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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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서도 지난 번 공판과 같이 임종헌 UBS파일 출력물에 대한 검증 작업이 계속됐다. 검찰이 "2014년 7월 전국법원 중요 형사사건 진행경과"라고 말하면, 재판부는 "같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답하는 식의 절차가 재판 내내 이어졌다. 재판부가 '원세훈 사건 1심 판결 관련 분석 및 설명자료'에서 제목의 글자모양이 다른 이유를 물으면, 검찰은 "출력당시 컴퓨터에 설치된 글자폰트 차이로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재판부는 한 파일 검증시에는 "HY헤드라인M체이고, A출력물 제목은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는 등 글자체, 글자크기까지 특정하며 꼼꼼하게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특히 파일의 형광펜 음영을 놓고도 재판부와 변호인측은 검찰에 질의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질문과 답이 오간 뒤에야 프로그램 '한글'에서 형광펜 기능은 인쇄 옵션에서 확장해야 인쇄되기 때문에 해당 파일의 경우는 출력물 전체 중 4페이지는 음영이 반영됐고, 5페이지는 음영표시 안돼 육안으로 달라 보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검증해야 하는 파일의 양은 1142개이고 검찰이 이날 공판 진행 전 15%가량 검증을 마쳤다고 했으니, 아직 900여개 파일에 대한 검증이 더 남았다. 지난 5회 공판에서 7시간 동안 15%가량의 검증을 마쳤다는 가정하에 해당 속도로 계산하면 앞으로 최소 5~6회 공판이 더 열려야 이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검증 작업과 별개로 오는 21일부터 현직 법관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21일)를 비롯한 시진국(26일).김민수(7월3일) 부장판사 모두 해당 날짜에 출석이 어렵다고 재판부에 알렸다. 세 사람은 자신이 맡고 있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못하는 날에도 임종헌 UBS 파일에 대한 검증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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