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버스타고 모텔방서 자고..서요섭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데뷔 첫 우승

대구에서 용인까지 고속버스 타고 훈련 다녀

대회 때 6~7만원 모텔방에서 생활하며 꿈 키워

이데일리

16일 경기도 용인시 88컨트리클럽에서 끝난 KPGA 코리안투어 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서요섭이 동료들이 뿌리는 물을 온몸에 맞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본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아직 어디에 쓸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동생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다.”

2주 동안 3억4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한 서요섭(23)이 밝힌 작은 소망이다.

서요섭은 16일 경기도 용인시 88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데뷔 4년 만에 맛본 꿀맛 같은 우승 뒤엔 2억4000만원이라는 후한 보상도 따랐다. 서요섭은 앞서 일주일 전에는 데상트 매치플레이에서 준우승해 1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데뷔해 3년 동안 1억원이 조금 넘는 상금을 벌어 투어 경비를 대기에도 빠듯했던 그에게 3억4000만원은 생각해보지도 못한 큰돈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장. 서요섭은 “상금은 어떻게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머뭇거렸다. 23살은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서요섭은 아직 차가 없다. 차를 몇 대씩 굴리는 선수도 있고, 조금만 유명해지면 고급 외제차를 후원받는 선수도 많다. 그러나 서요섭에겐 남의 얘기에 불과했다. 프로골퍼가 차 없이 투어 활동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지난 3년 동안 늘 그렇게 생활했다. 심지어 대구에서 경기도 용인까지 훈련하러 다닐 때도 큰 골프백을 들고 고속버스를 타고 다닌다. 평소엔 용인 버스터미널에서 훈련하는 88컨트리클럽까지 택시를 타고 운이 좋을 때는 동료나 선배들이 태워주는 차를 탈 때도 있다. 잠자리도 불편하다. 용인에 오면 골프장 인근에 작은 모텔을 얻는다. 근처에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얻어 놓고 생활하는 동료가 많다. 서요섭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대회에 출전해서도 그는 호화롭게 생활해본 적이 없다. 서요섭은 “대회에 다니면서 주최 측에서 얻어줘 호텔에서 잠을 잔 적은 있지만, 대부분은 모텔에서 잔다”며 “6~7만 원선에서 방을 구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대회 기간중에는 부모님이 동행해 조금은 편하게 다닌다. 부친 서명교 씨는 비료와 퇴비를 납품하는 일을 하면서 아들의 뒷바라지까지 챙긴다. 아들을 위해 2년 전에 카니발을 렌트했다. 그전엔 스포티지를 타고 다녔다. 골프백과 옷 등을 실으면 비좁았지만, 서요섭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위해 늘 어렵게 사시는 부모님을 더 걱정했다. 그는 “내가 골프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살지는 않았을 텐데 나 때문에 부모님의 인생까지 다 내려놓고 뒷바라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늘 미안했다”며 “지난 대회에서 준우승 그리고 오늘(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효도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멋쩍게 웃었다.

상금을 어디에 쓸 건지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망설이던 서요섭은 “사실 8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나 때문에 부모님의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하고 외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많다”면서 “집에 가면 외할머니 그리고 동생과 맛있는 걸 먹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꺼내 보였다.

서요섭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그의 주위로 수십 명의 동료가 달려와 축하해줬다. 이날 1시간이나 먼저 경기를 끝낸 김대현(31)은 집으로 가지 않고 18번홀 그린에서 후배 서요섭을 기다렸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서)요섭이는 정말 좋은 후배”라며 몇 번이나 칭찬했다. 서요섭이 어떤 선수인지 그와 함께 땀을 흘린 동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 서요섭을 동료들은 ‘잡초’라고 부른다. 이제 막 꽃을 피운 23세 청년 서요섭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데일리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왼쪽)이 서요섭에게 우승트로피와 우승상금 2억4000만원이 적힌 모형 수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본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