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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은 검은돈? 5만원권 10년,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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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09년 6월 첫 발행, 초기 '검은 돈' 우려도…1만원권 대체하며 일상생활 사용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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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19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본부 지하금고에서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할 명절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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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10주년을 맞은 5만원권이 초기 지하경제 배를 부풀리는 '검은돈' 우려를 씻어내며 국민들의 일상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09년 6월 23일 은행권 중 최고액권인 5만원권을 발행했다.

한은은 2007년 소득, 물가 등 경제상황에 비해 은행권 최고액면금액이 너무 낮아 국민경제적인 비용이 크다며 고액권 발행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국회에서는 고액권 발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처음에는 5만원권과 10만원권을 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10만원권 발행은 시급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5만원권만 최종 발행됐다.

도안초상인물은 신사임당으로 결정됐다. 화폐도안 자문위원회가 선정한 초상인물 후보는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가나다 순) 등 총 10명이었다. 10만원권 초상인물은 백범 김구로 결정됐지만, 최종 발행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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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 총재가 23일 오전 한국은행 본관 지하 1층 현송장에서 1973년 1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36년만에 첫 선을 보인 5만원 고액권 일련번호 1에서 100번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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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만에 나온 고액권인 5만원권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는 23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본점앞에서 한 시민이 교환한 5만원권을 들어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발행 첫해 전체 은행권 발행 잔액 35조4146억원 중 28.0%(9조9230억원)을 차지했던 5만원권 비중은 점차 상승했다. 올해 1분기말에는 전체 은행권 발행 잔액(114조8704억원)의 84.3%(96조8877억원)까지 비중을 높였다.

발행 장수 기준 비중도 커졌다. 2009년 전체 은행권 39억2900만장 중 5.0%(1억9800만장)를 차지했던 5만원권은 올해 1분기말 기준 36.3%(19억3800만장)으로 비중을 높였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은행권 10장 중 4장은 5만원권이라는 의미다.

5만원권이 비자금 등 지하경제로 유입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5만원권 발행 논의 초기 국가청렴위원회는 뇌물거래, 비자금조성 등 불법적, 음성적 거래 확대를 우려하며 정부와 한은에 고액권 발행 계획 연기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발행 초기 5만원권 환수율이 낮고, 불법 도박 수익금 110억원이 마늘밭에 묻혀있다 발각되거나, 각종 부정부패 사건에서 5만원권 돈뭉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된 거 아니냐는 여론도 비등했다.

하지만 한은은 5만원권 환수율 상승 추세, 화폐유통수명 등을 고려하면 기우였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한해 발행된 5만원권 대비 한은으로 회수된 5만원권 비중을 뜻하는 환수율은 최근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3년 25.8%까지 떨어졌던 5만원권 환수율은 올해 1분기 69.3%까지 상승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환수율은 49.1%다.

한은은 환수율 개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한해 100쌍이 결혼하고, 30쌍이 이혼했다고 해서 이혼율이 30%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수된 5만원권은 발행연도가 모두 다르다.

돌아오지 않은 5만원권을 '검은 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시중은행 금고에 보관돼있는 5만원권, 지갑에 들어있는 5만원권, 집안에 비상금으로 둔 5만원권 모두 환수되지 않은 돈이다. 발행된 돈이 시중에서 돌지 않고 모두 환수되는 것도 문제다.

5만원권 화폐유통수명은 120개월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지난해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화폐유통수명을 각각 52개월, 43개월, 121개월로 추정했다. 5만원권은 최초 발행 후 충분한 기간이 지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1만원권 유통수명보다는 더 길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집에 비상금을 두는 것도 화폐 고유 기능 중 하나다. 이를 비거래 목적이라고 하는데 환수율이 높아지는 것은 비거래 목적의 현금 보유가 어느 정도 충족되고, 기존에 발행된 5만원권 중 상당량이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은이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국민들은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원권으로 보유했다. 소비지출 목적의 사용(43.9%)이 가장 많았고, 경조금이나 용돈 같은 사적이전에도 5만원권을 빈번하게 사용했다.

한은 관계자는 "당초 생각했던 5만원권 발행의 긍정적 효과가 충분히 발휘돼 국민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5만원권 발행 당시 10만원 자기앞수표 제조 및 취급비용 절감, 화폐 운송·보관 비용 절감, 지폐 휴대장수 축소, 화폐주 조 비용 감소 등을 기대효과로 꼽았다. 지난해 화폐제조비는 1126억원이었다. 5만원권 발행 전인 2008년 225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등장이 있으면 퇴장도 있는 법이다. 5만원권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1만원권은 사용은 뜸해졌다. 1만원권 환수율은 2015년부터 100%를 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7.3%를 나타냈다.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것이다.

1만원권 발행잔액은 2007년 33조761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9조7280억원으로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한고은 기자 dorem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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