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307576 0022019062453307576 02 0201001 6.0.17-RELEASE 2 중앙일보 0 popular

"정태수 꼭 잡는다 했다"···문무일 1년전부터 '비밀 외교전'

글자크기

檢, 정태수 일가 잡으려 비밀 외교전

키르키스스탄, 에콰도르와 수사 MOU

중앙일보

지난달 4일 해외 출장 중 수사권 문제 등으로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9일 귀국할 계획이었던 문 총장은 예정돼 있던 에콰도르 대검 방문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귀국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태수, 정한근은 꼭 잡아오라고 지시하셨죠. 세상에선 잊혀졌지만 전두환 김우중에 이어 체납액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니까요"

지난달 4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키르기스스탄 방문 중 급히 귀국한 문무일 총장의 당시 중앙아시아·중남미 순방 일정은 사실상 한보그룹 정태수·정한근 부자(父子) 송환 수사 일정에 가까웠다. 문 총장이 방문했던 국가들 대부분이 이 부자의 도피처였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체납액만 3000억원에 달하는 정태수 일가의 송환과 은닉재산 환수는 문 총장의 숙원 사업이었다"며 "1년 전부터 총장이 직접 챙겨온 사안"이라고 전했다.

문 총장, 정태수 일가 쫓는 순방일정 잡아
문 총장은 지난해 11월 방한했던 키르기스스탄 검찰총장을 6개월 만인 지난달 2일 현지에서 다시 만나 정 전 회장의 수사 및 송환 관련 협조를 요청했다.

키르기스스탄은 한 때 정 전 회장이 오랜 기간 머물렀던 핵심 도피처였다. 법무부와 대검은 지난해 11월 키르기스스탄과 범죄인 인도협약 체결을 맺고 정태수 부자를 조용히 조여갔다.

중앙일보

한보사건 4차 공판이 열린 1997년 4월 28일 오전 정태수 총회장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원중인 서울대병원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 총장의 귀국 전 일정이던 에콰도르 방문 역시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인 정한근씨 소환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다.

문 총장은 에콰도르에 정태수 부자가 머무르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한 뒤 지난 4월 손영배 국제협력단장을 에콰도르로 보내 양국 검찰청간 범죄인 인도협약 등 수사 양해각서(MOU) 체결을 준비시켰다.

국제 사법공조 업무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는 "국제협력단장이 직접 에콰도르를 방문한 것은 오로지 정태수 부자를 잡기 위해서였다"며 "송 단장이 공을 들였고 문 총장이 인도협약 체결을 위해 마지막 담판을 하러 가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 수사권 현안과 에콰도르 검찰총장의 갑작스런 출장 일정으로 문 총장의 에콰도르 방문은 무산됐다. 하지만 그후에도 주에콰도르 대사관을 통해 정한근 소환을 위한 조용한 외교전이 이어졌다.

중앙일보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씨가 두바이에서 체포돼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6일에는 이낙연 총리가 양국 역사상 처음으로 에콰도르를 방문하기도 했다. 대검은 그 과정에서 에콰도르로부터 정씨가 출국할 경우 해당 내용을 바로 통보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대검, 타부처에도 정태수 수사 비밀로 부쳐
대검은 정태수 부자 송환 및 수사 관련 내용을 타 부처에도 상당기간 비밀로 부쳤다. 수사 관련 정보가 새어나갈 경우 정태수 부자가 또다시 거처를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태수 일가처럼 은닉 재산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도피 국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며 "수사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는데 중점을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이 정태수 부자 송환에 공을 들인 것은 정태수 일가의 미납 추징금이 3000여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정태수 일가는 검찰이 꼭 잡고 싶었던 해외 도피 기업가였다"고 말했다.

정한근씨가 지난 18일 에콰도르를 떠나 미국 LA로 가려고 했던 것 역시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두려움을 느끼고 다시 도피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씨는 파나마를 거쳐 LA로 떠나려했다. 하지만 에콰도르 정부가 한국 검찰에 정씨 출국 사실을 통보해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파나마에 정씨의 수배 사실을 전해 그를 구금하고 한국으로 송환하는데 성공했다. 1998년 회사자금 32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밀항한 지 21년만이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