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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단주 된 김수로ㆍ축구 배우는 허재… ‘축방’이 대세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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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만수로’ ‘뭉쳐야 찬다’ 등 축구 관련 프로그램 5개

‘먹방’에서 ‘축방’으로… ‘이생망’ 반작용ㆍ인생 2모작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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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수로가 영국 프로축구 13부 리그 소속 첼시로버스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구단주로 소개됐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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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원빈, 조인성, 현빈은 2000년대 연예인 축구단 수시로 멤버로 활동했다. 화려한 스타 군단을 이끌고 휴일 아침에 종종 모여 축구공을 차는 모임을 만든 단장은 배우 김수로였다. 그는 연예계 소문난 축구광이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하는 구자철의 결혼식 사회를 보는 등 축구계 인맥도 넓다.

◇2,000만 원 내고 첼시로버스 구단주 된 사연

김수로는 지난해 가을 영국에서 스포츠 마케터로 일하는 후배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영국 축구 구단장이 돼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김수로는 처음엔 황당했다고 한다. 명문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이자 아랍에미리트의 부총리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처럼 억만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토트넘 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은 구단의 가치가 조 단위에 이른다. 하지만, 김수로의 후배가 말한 구단은 13부리그의 첼시로버스였다. 13부는 준프로 팀들이 모인 5~9부보다 아래인 아마추어 리그다.

김수로는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첼시로버스 구단주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 조건은 구단 연간 운영비 2,000만 원을 책임지는 것이었다. 김수로가 잉글랜드 구단을 인수한 사실을 지난해 11월 뒤늦게 알게 된 양혁 KBS PD는 김수로를 찾아가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했다. 양 PD가 본보에 들려준, 지난 21일 첫 방송된 ‘으라차차 만수로’의 탄생 배경이다. 김수로는 첼시로버스의 시즌 첫 경기 관람을 위해 9월 다시 영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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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축구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는 허재(뒷줄 맨 왼쪽)와 이만기(뒷줄 가운데), 양준혁(뒷줄 맨 오른쪽) 등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이 새로 축구를 배우며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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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 만수르’ 유노윤호 열광.. ‘축방’의 거름

요즘 TV는 ‘축방(축구방송)’ 시대다. ‘으라차차 만수로’를 비롯해 JTBC ‘뭉쳐야 찬다’, tvN ‘손세이셔널’ 등 축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방송되고 있다. tvN에서 제작한 온라인 축구 예능프로그램 ‘마일리지 사커’를 포함하면 TV와 인터넷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선보인 축구 관련 콘텐츠만 5개다. 2~3년 사이 축구 예능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증가다. 방송의 유행이 ‘먹방(먹는 방송)’에서 축방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박지성에 이어 손흥민과 이강인 등이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며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새삼스레 불러 모은 결과이기도 하다.

축방의 유행은 ‘무기력에 빠진 시대’에 대한 반작용이다. 희망이 고문이 된 시대라 여기는 청년은 오히려 ‘열정 만수르’란 아이콘(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을 만들어 열광한다. 제가 좋아하는 일에 성실하게 땀을 흘리는 투지에 대한 갈증이 반영됐다. 김헌식 동아방송대교수는 “축방의 유행은 투지로 한계를 벗어나려는 이들의 대리만족”이라며 “요즘 학부모 사이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상의 반영이기도 하다”고 축방의 유행을 진단했다.

‘인생 2모작’을 향한 시대적 열망도 축방 열기를 더하고 있다. 올해로 연기 활동 20년째를 맞은 김수로는 축구 구단주로 중년의 새로운 길을 꿈꾼다. 지난해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농구 대통령’ 허재는 ‘뭉쳐야 찬다’에서 축구를 새로 배운다.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그의 왼쪽 허벅지는 온통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지천명(50세)을 훌쩍 넘어 새로 배운 축구로 그의 몸은 성할 날이 없지만, 허재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뭉쳐야 찬다’의 성치경 총괄프로듀서(CP)는 “애니메이션 영화 ‘인크레더블2’(2018)가 프로그램 기획에 영감을 줬다”며 “중년이 된 영웅들의 현실과 비애 그리고 그들의 재도전이 주는 휴머니티를 보여 주고 싶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뭉쳐야 찬다’엔 이만기를 비롯해 양준혁, 이봉주 등이 출연한다. 중년이 된 ‘국민 스포츠 스타’들은 안정환에게 축구를 배우며 두 번째 인생 마라톤을 시작한다.

◇고량주 6병으로… 몸값도 ‘억’ 소리

축방의 유행과 맞물려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유명 배구 선수인 김요한과 문성민은 지난 16일 첫 방송된 JTBC ‘찰떡콤비’로 예능에 출사표를 던졌다. 스포츠 스타에 대한 방송가의 구애도 뜨거워졌다. 리얼 예능이 유행하면서 스포츠 스타들이 꾸밈없는 말과 행동으로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스포츠 스타의 섭외엔 우여곡절도 따랐다. ‘뭉쳐야 찬다’ 제작진은 허재를 ‘술’로 섭외했다. 예능 출연을 극구 거부하던 허재를 올봄 찾아가 중국집에서 고량주 6병을 함께 마시며 그의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몸값도 껑충 뛰었다. 여러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손흥민의 ‘손세이셔널’ 회당 출연료는 ‘A급 배우’의 드라마 1회 출연료(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