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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돈 된다' 소문에… 대한민국 산·바다엔 온통 케이블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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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사천·여수 등 관광객 유입 효과 / 지자체 50여곳 너도나도 건설 추진 / 재정 악화·환경 훼손 우려 찬반 ‘팽팽’

세계일보

전국의 산과 바다에서 케이블카 건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남 통영·사천, 전남 여수 등 일부 지역의 케이블카 사업이 돈과 사람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자 지방자치단체들과 민간사업자 등이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케이블카가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특화된 랜드마크 사업이지만, 자칫 지자체 등의 부담만 가중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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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 50여곳이 관광 케이블카를 건설 중이거나 설치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통영·사천과 여수, 부산 송도, 강원 삼척, 충북 제천 6곳은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다. 2008년 4월 개통한 통영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는 누적 탑승객이 1400만명이나 된다. 2014년 12월부터 운행되는 여수해상케이블카는 매년 관광객 200만명을 유치하고 있다. 2017년 6월 개통한 부산 송도케이블카도 지난해 연간 이용객이 15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4월 운행을 시작한 사천바다케이블카는 개통 1년도 안 돼 100만명 넘게 찾으며 사천을 새로운 관광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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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케이블카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주변 땅값을 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유발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부산 해운대와 강원 양양·춘천, 경북 포항, 전남 목포, 울산 등도 케이블카 건설을 진행 중이다. 아이에스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는 해운대구 동백유원지와 남구 이기대공원 4.2㎞ 구간에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년 전인 2016년 부산시가 반려한 사업을 재추진하는 데 대해 지역에서는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해양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설악산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소송전까지 치러지며 10년째 갈등을 낳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신불산에 추진 중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20년째 지지부진하다.

지나친 경쟁으로 케이블카가 난립하면 수익성이 떨어져 지자체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영은 최근 이웃한 사천에 해상케이블카가 개통되면서 기존 케이블카의 이용객이 감소했는데 또 다른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통영’이 불붙인 광풍… 황금알 거위가 돈 먹는 하마 될라

경남 통영 등 일부 지역 관광용 케이블카가 연간 100만∼2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지역경제 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하자 다른 지자체 등도 앞다퉈 케이블카 설치에 나서고 있다. 우후죽순 관광용 케이블카 건립이 추진되면서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슷한 케이블카가 동시에 운행할 경우 차별화가 힘들어지고, 결국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지적이다.

◆“돈 된다” 통영 케이블카가 불붙인 전국 관광 케이블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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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공원에서 바라본 부산해상케이블카 조감도.


20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케이블카의 선두주자인 통영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는 누적 탑승객이 1400만명을 넘었다. 당초 통영시는 케이블카 건설에 173억원을 들였지만, 2008년 케이블카 운행 이후 2016년까지 189억원의 현금을 배당받아 건설비용을 뽑았다. 지역에 대한 간접 경제효과는 한 해에 1300억∼1500억원에 달한다는 게 통영관광개발공사의 설명이다. 2014년 12월 개통한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연간 평균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지난해 4월 운행을 시작한 사천바다케이블카는 개통 1년도 안 돼 누적 탑승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케이블카 개통 후 인근 용궁수산시장과 건어물 판매점 등은 20∼30%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6월 개통한 부산 송도케이블카도 지난해 연간 이용객이 150만명에 달한다. 관광객 유입 효과로 주변 땅값이 2∼5배 오르고, 직접고용 150만명에 관련 업체까지 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해 영일만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경북 포항 해상케이블카는 내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인 포항여객선터미널~환호공원 1.8㎞(높이 100) 구간을 10인승 케빈형 40여대의 케이블카가 오간다. 울진군도 152억원을 들여 근남면 왕피천 엑스포공원과 해맞이공원까지 710를 잇는 케이블카를 놓고 있다. 내년 3∼4월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찬반 갈등, 장기간 제자리걸음도

부산에서는 최근 해상케이블카 재추진 움직임이 일면서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부산 광안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부산해상케이블카’는 아이에스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가 추진하고 있다. 2024년까지 사업비 5360억원을 들여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부산블루코스트 측은 사업추진에 필요한 이기대와 동백유원지 일대 땅 80%의 매입을 마쳤다. 지난 4월엔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등 상인회와 주민단체로 구성된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사업은 3년 전인 2016년 부산블루코스트가 추진하다 중단됐다. 부산시는 케이블카 정류장 주변 환경훼손과 교통난, 공적 기여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사업신청서를 반려했다. 이에 블루코스트는 주차면 수를 기존보다 300개 더 늘리고, 해상타워 높이를 100에서 151로 더 높여 요트 등 선박 운항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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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8월 16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산악인들이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시민단체들은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1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부산시민운동단체 연대는 “해양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 난개발 우려 등을 야기하는 해상케이블카 건설에 반대한다”며 “공공재인 부산 앞바다를 사유화하고, 사생활 침해와 돌풍·태풍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10년째 갈등을 낳고 있다. 강원 양양군이 지난달 ‘환경영향평가 본안 최종보완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접수했고, 환경·시민단체는 백지화가 될 때까지 끝장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사문서위조 파문과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울산의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20년째 지지부진하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공영개발을 위해 조사한 10개 노선 가운데 9개 노선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부동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찬반 의견도 분분하다. 속리산 케이블카 역시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4년부터 보은군이 추진했지만, 명확한 추진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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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난립한 케이블카는 사업 수익성을 떨어뜨려 지자체들의 부담만 가중하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영 케이블카는 최근 이웃한 경남 사천에 해상케이블카가 개통되면서 이용객이 감소했다. 이런 와중에 통영 내에 또 다른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통영시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 비슷한 케이블카 운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민자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수익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수 케이블카 역시 인근 목포시와 해남군, 담양군까지 케이블카 운영을 추진하면서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케이블카 설치 후엔 못 되돌려… 경관·시장성·환경 따져야”

김남조(사진)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우후죽순 추진되는 관광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지역마다 세부적인 상황은 다르겠지만, 시장 상황과 환경적 측면, 경관 문제 등을 두루두루 살핀 뒤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어느 지방단체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매력물을 갖길 원한다”며 “관광시설이 흥행에 성공하면 해당 지역의 인지도 상승과 고용 창출, 경제 활성화 등 지역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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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케이블카 설치 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 ‘뛰어난 경관’이라고 했다.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찾아가서 보고 싶을 정도의 빼어난 경관이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프랑스 몽블랑과 이탈리아 돌로마이트, 스위스 융프라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성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접근성이 좋은지, 배후시장은 있는지, 도시와 인접했는지 등이다. 그는 “도시와 멀어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면 시장성이 떨어진다. 또 어느 시기에 관광객이 찾게 되는지, 성수기를 가능한 오래갈 수 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문제 역시 중요하다. 정거장 등이 환경적으로 문제를 만들지 않아야만 추진할 수 있다”며 “앞서 말한 세 가지는 잘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년 뒤 케이블카는 방치되고, 경관마저 해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역사회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절차는 무엇보다 가장 우선해야 한다”며 “케이블카 설치로 교통이 혼잡해지는 등 관광객이 많이 찾으면 사회환경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케이블카는 한 번 설치하면 폐기하거나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는 만큼 꼼꼼히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창원·포항·전주=이보람·안원준·장영태·김동욱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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