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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화당 천막 새벽 기습 철거···정치 한복판 뛰어든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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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시가 25일 새벽 광화문 광장의 대한애국당 천막을 기습 철거했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천막 구조물을 옮기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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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5일 오전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이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불법 천막을 전격 철거했다.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불법 점거물을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했다는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우리공화당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천막을 다시 설치하는 등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행정대집행은 속전속결이었다. 서울시는 오전 5시 20분쯤 행정대집행을 시작해 6시 40분쯤 철거를 마쳤다. 경찰 24개 중대 1200명, 직원 570명, 용역업체 직원 400명, 소방 100명 등 총 2270명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포크레인 등의 장비와 인력에 투입된 행정대집행 비용으로 약 2억원을 우리공화당 측에 청구하고, 지난달 10일부터 47일간의 무단 점거에 대한 변상금 약 220만원도 부과할 계획이다. 천막이 있던 자리에는 높이 3m 정도의 화분 15개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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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0시10분쯤 오염된 수돗물이 발견된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단지를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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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공화당은 강제 철거한 5시간 만에 광화문광장에 조립식 형태의 천막 3동을 다시 설치했다. 우리공화당 당원들은 경찰이 이동한 틈을 타 접이식 천막의 뼈대를 펼치고 파란색 천막을 덮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다시 천막을 재설치했다. 인지연 우리공화당 대변인은 “비무장·비폭력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용역업체를 부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주주의 파괴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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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으로 당명 변경)이 광화문광장에 불법적으로 설치한 천막에 대한 서울시의 강제철거 행정 집행이 진행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내 불법천막이 놓여있던 자리에 서울시가 가져다 놓은 나무가 놓여 있다. 2019.06.25. mangust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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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시장측은 “우리공화당과의 충돌이 손해볼 게 없다”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박 시장의 존재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을 지원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U20 월드컵 축구 거리 응원도 못 할 정도로 국민을 불편하게 한 부당한 행위에 과감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박 시장이 시민을 우선으로 하는 선제 조치를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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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애국당이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오전에 철거됐던 텐트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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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불법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앞으로도 적법 절차를 무시하거나 시민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 불법 천막이 설치됐을 때에도 그는 “서울시의 허가 없이 광장을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다. 광장은 모든 시민의 것이나 광장을 이용하는 데도 법이 있고 상식이 있고, 절차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이슈에서 순발력있는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에 비해 서울 시정은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민감한 정치 이슈가 생겼을 때 발빠르게 움직여 당 지지층에게 어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5ㆍ18 광주민주항쟁과 문재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이 쟁점이 되자 박 시장은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당시 박 시장은 “광주를 모욕하고 폄훼한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징계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독재타도와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박 시장의 이번 철거 조치가 형평성 시비에 휩싸일 가능성은 있다. 서울시는 2014년 4·16 가족협의회가 광화문 광장에 불법으로 설치한 세월호 추모 천막 3동에 대해 4년 넘게 강제 철거를 하지 않고 변상금만 받았기 때문이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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