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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한-일 정상회담 결국 무산…청 “일본이 준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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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냉각기류 장기화

청와대 “일본쪽 아무 반응 없어”

“정상회담 이뤄지지 않을 것” 발표

‘일, 계속 각 세우긴 힘들 것’ 판단

정부, 회담 성사 매달리지 않기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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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의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25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손해배상 판결과 이후 일본 초계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갈등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싸늘한 한-일 관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는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일본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일본 쪽에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G20 정상회의) 현장에서 만약 일본이 만나자고 요청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아베 총리를 만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며 공을 일본 쪽에 넘겼다.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데엔 징용 피해 손해배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이 적잖이 작용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강제 징용 문제에 관해 일본은 우리가 솔루션(해법)을 내라는 것이었고, 우리가 (해법을) 냈는데도 일본 정부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일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아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안을 제안했지만, 일본 정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청와대는 다음달 의원 절반을 새로 뽑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가 한-일 갈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정상회담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언론을 통해 “G20 정상회의 스케줄이 꽉 찼다”며 한-일 정상회담에 응할 뜻이 없다는 기류를 일찌감치 흘렸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한국 정부와 각을 세워 보수·우익 쪽 표심을 얻으려고 우리 제안을 받지 않았다”며 “개최국으로서 체면을 잃는 건 일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한국방송>(KBS) 대담에서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더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한 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자꾸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 문제로 다루기 때문에 (양국 관계 회복의) 발목을 잡는 일이 거듭된다”고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청와대 쪽은 G20이 아닌 7월 참의원 선거 뒤 양국이 차분하게 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전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 대화 국면에서 일본이 계속 한-일 관계에 각을 세우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우리 정부가 회담 성사에 매달리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속도감 있게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일본 패싱’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아울러 우리의 교역에서 동남아 비중이 커지면서 일본 의존도가 과거 같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경제적으로 일본에 의존적이지 않다. 주요 무역국도 중국, 미국, 동남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한동안은 한-일 관계가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령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압류하고 현금화를 예고한 시점이 2~3개월 뒤이고,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등 현금화 조처가 진행되면 한국에 ‘대응 조처’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우리 정부도) 거기에 대해 가만있을 수는 없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준비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박민희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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