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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외면·당리당략 몰두…자유한국당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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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국회 정상화 부결시킨 한국당

경제 위기에도 민생 내팽개쳐

‘국회법 위반’ 처벌수위 낮추고

‘연동형 비례’ 막으려는 속셈만

전문가들 “정치혐오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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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지도부만 망신당한 게 아니다. 당심이 민심과 굉장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자유한국당 스스로 드러냈다.”(윤평중 한신대 교수)

“타협과 조정의 정치에서 얻을 게 없다고 느끼는 이들이 합의를 어렵게 한다. 이럴수록 민주정치에 대한 환멸만 강화된다.”(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24일 국회 정상화 합의안을 부결시킨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의 후폭풍이 심상찮다. 원내대표 간 합의가 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 한국당의 합의안 추인 거부는 개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2014년 유가족 반발 등에 밀려 세월호 특조위 합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의 경우 등과는 다르다.

일각에선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국회 보이콧과 합의 파기의 주체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책임의 무게 역시 한국당 쪽으로 확연히 쏠리는 분위기다. 당리당략에 치우친 한국당이 법치와 민생을 내팽개침으로써 한국 보수정당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고 이번 같은 합의 파기가 반복된다면, 정치 혐오가 확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속내는 고소·고발 철회

나경원 원내대표가 가져온 합의문이 한국당 의총에서 추인 거부된 것은 패스트트랙 정국 때 회의장 봉쇄 등으로 고소·고발당한 의원들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영남권 다선 의원은 “60명 가까이 고발된 상황이어서 합의문 내용이 공개된 뒤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당시 의총 상황을 전했다.

핵심은 국회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게 될 의원들 처지에선 고소·고발 당사자인 민주당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이 절차적으로 잘못됐다는 확인이 절실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합의처리’를 명문화해 패스트트랙 지정이 무리한 것이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인정하면, 그것을 막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이 벌인 행위의 불법성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문에는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하여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론적 언급만 담겨 있었다. 합의문 발표 직전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국회가 파행 사태를 반복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었지만, 고소·고발당한 한국당 의원들 입장에선 합의 문구와 구두 유감 표명만으로는 패스트트랙 지정의 부당성 근거로 삼기엔 부족했다.

당리당략에만 따른 움직임

한국당 의원들이 ‘합의처리’라는 문구에 집착한 것은 어떻게든 공직선거법 개정을 막아야 한다는 당 차원의 절박함도 작용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에 따라 총선을 치를 경우 한국당과 민주당 같은 거대 정당의 의석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한국당은 지난해 12월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여야 5당 합의문에 서명하고도 선거법 협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후 다른 당들이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한국당은 뒤늦게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는 자체 안을 내놓았다. 여야가 어렵사리 진전시킨 선거제 개혁 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안이었다.

한국당이 합의를 번복한 뒤 ‘상임위에 선별 복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것도 당리당략적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해 대책과 경제위기에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한데도 관련 심사는 거부한 채 대정부 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만한 상임위만 ‘입맛대로’ 골라 가동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과거처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전반적 민심을 살피기보다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냉각기 불가피

민주당은 25일 기존 합의대로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개최를 넘어 원내대표 합의에 기반한 본회의 등 국회 의사일정을 탄탄하게 운영하겠다. 시간이 지나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거란 착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오히려 “책임있는 여당의 자세”를 민주당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합의는) 의총 추인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합의였다. 민주당이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재협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한국당의 태도를 두고 윤평중 교수는 “손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교섭단체 합의도 뒤집는 관성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목소리 큰 사람이 당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원철 장나래 이지혜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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