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336287 0722019062553336287 01 0101001 6.0.17-RELEASE 72 JTBC 0 popular

[앵커브리핑] '휘파람을 불다'

글자크기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청년은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우주로 나간 첫 번째 인간,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이야기입니다.

"지구는 파랗다. 얼마나 멋진가. 얼마나 놀라운가"

- 유리 가가린 / 인류 첫 우주비행사

1961년, 그는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약 두 시간가량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았는데…

스물일곱 살의 그 청년은 푸른 지구를 바라보면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조국은 듣는다. 조국은 안다.

그의 아들이 어느 곳을 날고 있는지.

다정한 손길과 애정 어린 사랑으로…"

- 노래 The Motherland Hears The Motherland Knows

깜깜한 우주 한가운데에 흐르듯 스며들었을 인간이 내는 아름다운 소리…

청년이 우주에서 휘파람을 불었던 그 시간보다 8년이 앞선 시간.

참혹한 전쟁을 잠시 멈춘 어느 전장에서도 노래는 울려 퍼졌습니다.

"총성이 멈추자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환호합니다. 중공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곳곳에 광명이 비춘 듯합니다."

- 영국군 폴 버크의 편지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국 소년병 폴 버크의 편지에는 이유도 모른 채 싸워야 했던…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싫습니다…어머니의 애플파이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 영국군 폴 버크의 편지

먼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딱 69년 전의 오늘,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곳에서 벌어진 참혹한 비극이었습니다.

모두를 두렵게 했던 그 총성이 멈춘 순간.

그 수많은 젊은이들의 노래와 휘파람 역시 광활한 우주 어딘가로 흩어져,

유리 가가린의 휘파람 소리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오래오래 유영하고 있지 않을까…

며칠 후면 미국의 대통령이 와서 그의 전임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이 멈춘 그곳을 다시 찾는다고 하지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북핵 문제의 해법과 더디게 나아가다 멈춰선 협의로 모두가 지쳐갈 무렵…

지구상에 하나 남은 분단의 선을 찾을 그에게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

그 역시, 66년 전 전쟁이 멈춘 자리에서 그의 젊었던 선대들이 새로운 희망으로 불었던 휘파람 소리를 들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야말로…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한 번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하여 나라의 부름에 응한…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그의 선대들로부터 그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