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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진주 방화살인 참사, 피 흘리며 주민 대피시킨 아파트관리소 당직자 사실상 ‘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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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방화 살인 참사사건 때 자신이 크게 다치고도 주민들을 대피시킨 아파트 관리소 20대 당직자가 사실상 실직 상태에 놓였다.

지난 4월17일 오전 4시28분쯤 진주 가좌동 주공아파트 방화 살인 참사 현장에서 화재 비상벨이 울리자 아파트 관리소 당직 근무자 정모씨(29)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정씨는 112·119에 신고하고 화재 확산을 막으려고 불이 난 아파트 가스 밸브 잠금 상태를 확인하고 1~4층을 오르내리면 문을 두드리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그때 정씨는 4층에서 방화 살인범 안인득씨(42)와 현장에서 대치했고, 그 과정에서 정씨는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몇 차례 찔렸다. 정씨는 얼굴에 피가 나는데도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경찰이 도착하자 3층으로 가라고 했다.

경향신문

지난 4월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해 해당 아파트가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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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3층에서 경찰과 안인득이 대치한 것을 확인하고 계단에 쓰러진 주민들을 119 구조대원과 함께 응급차로 옮겼고 맨 마지막에 자신도 응급차에 올라 쓰러졌다. 정씨는 왼쪽 얼굴 광대뼈가 골절되고 신경까지 손상돼 전치 20주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아파트를 위탁 관리하는 남부건업에 입사한 지 40여일만에 방화·살인 참사의 피해자였다. 2개월간 병원 2곳에서 수술·입원·통원 치료를 받으며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휴업급여를 신청했다.

휴업급여는 부상·질병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기간에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보장을 위해 임금 대신 지급하는 급여이다. 미취업기간 1일에 대해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정씨의 다친 부위가 얼굴이어서 ‘취업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정씨가 신청한 휴업급여 기간 중 단 1일치(6만여원)만 휴업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공단 측은 ‘휴업급여 일부 지급 처분은 의학적 소견에 근거한 정당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관리소 측은 정씨에게는 업무 복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치료라고 판단했으며, 정씨는 내달부터 3개월간 무급 병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관리소 관계자는 “헌신적으로 주민을 돌보고 직무에 충실했던 젊은 직원인데 외상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커 치료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주민들에게 정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려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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